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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사빈 모리츠(S. Moritz)' 아시아 첫 개인전

[갤러리현대] 독일의 여성 화가 사빈 모리츠(Sabine Moritz) 아시아 첫 개인전 - 사빈 모리츠 Raging Moon 20220311()~0424() 오마이뉴스 관련기사 http://omn.kr/1y0p5

 

범람하는 격정의 색채, 독일 화가의 아시아 첫 개인전

사빈 모리츠의 'Raging Moon' 전, 갤러리 현대에서 4월 24일까지

www.ohmynews.com

전시도록

[갤러리현대] 독일작가지만 사람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회화다. 사빈(자비너) 모리츠,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회화 작가 리히터의 제자(뒤셀도르프 미대)이면서 그의 아내이기도 하다.

갤러리현대 사빈 모리츠 전시 제목, 아래 딜런 토마스(Dylan Thomas)의 시(In my craft or sullen art 나의 기교 혹은 침울한 예술로)에서 인용된 것이다.

In my craft or sullen art/Exercised in the still night/When only the moon rages/And the lovers lie abed/With all their griefs in their arms,/| labour by singing light/Not for ambition or bread/Or the strut and trade of charms/On the ivory stages/But for the common wages/Of their most secret heart.

Not for the proud man apart/From the raging moon I write/On these spindrift pages/Nor for the towering dead
With their nightingales and psalms/But for the lovers, their arms/Round the griefs of the ages,/Who pay no praise or wages/Nor heed my craft or art.

《Raging Moon》 3 11일부터 4 24일까지 개최한다. 사빈 모리츠는 유럽의주요 기관과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이어 개최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사빈 모리츠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제작한 구상과 추상 회화, 에칭 연작 등 총 50여 점을 대거 공개하며, 회화의 전통적 매체와 장르를 유연하게 실험하는 그의 작업 양상을 조망하는 자리다.

휘황한 달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시적인 전시 제목 Raging Moon20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딜런 토머스(Dylan Thomas)의 시 <나의 기예 또는 우울한 예술로(In My Craft or Sullen Art)>에서 차용되었다.

시인이 창작을 하는 목적은 야망이나 빵, 과시욕과 영예, 아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비밀스러운 영혼의 떨림과 공명을 위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다. 사빈 모리츠는 이 작품이 품은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면에 깊이 공감하면서, 구상과 추상을 자유롭게 오가며 마치 차고 오르는 달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 중인 자신만의 시각언어와 미학적 비전을 상징하는 제목으로 Raging Moon을 택했다.

사빈 모리츠는 대상을 반복하고 변주함으로써 기억의 가변성을 섬세한 시선과 진지한 태도로 탐색해 왔다. 그의 초기 작업은 동독의 고향 로베다(Lobeda)에서 보낸 유년기의 경험이 밑바탕을 이룬다.

1990년대 초반 대학생 시절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 발표한 <로베다(Lobeda)>(19912000), <예나 뒤셀도르프(JENA 14 Samcheong-ro, Jongno-gu, Seoul 03062 Korea Düsseldorf)>(1992-2000), <빌딩(Buildings)>(1993-2014) 등에서, 작가는 사람과 장 소, 사물 사이의 복합적 관계를 밀도 있게 탐구한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사건은 한 대상이 지닌 다면성에 매료되는 작가의 작업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헬리콥터, 비행기, 군함 등을 다루는 작품들은 편리한 이동수단이지만 한순간 경계와 공포의 대상이 된 기계 장치를 주로 다룬다.

작전 중인 군인과 죽어가는 사람들, 파괴된 도시와 그 상공을 배회하는 헬리콥터, 활주로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행기, 강과 바다를 순항하는 군함과 고깃배의 모습이 스냅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영화의 스틸컷처럼 그려지고, 대부분 장면은 쉽게 망각되는 폭력적 역사를 가시화하듯 흐릿하게 나타난다.

2009년부터는 <소비에트 연방에서의 전쟁과 전쟁 이후(War & Postwar Period in the Soviet Union)>(2009-2015)를 주제로, 전쟁 속에서 공동체 생활을 지속하는 농부와 군인, 일반인의 여가와 노동의 일상적 순간을 화폭으로 옮겼다. 세계적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사빈 모리츠의 구상 작업을 드로잉과 회화가 기억의 덧없음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억된 이미지를 담아낸다라고 분석하였다.

구상 회화를 통해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풍경을 연구한 작가는 2015년부터 시작한 추상 회화에서 정신적 풍경을 다룬다. 무아지경이 느껴지는 역동적인 붓질, 붓질 한 번에 담긴 색의 섬세한 그러데이션, 임파스토 기법으로 쌓아 올린 비선형의 거칠고 원초적인 선들, 물성이 강조된 다층적인 색의 레이어가 촉발하는 다채로운 감각의 충돌로 완성되는 매혹적인 추상적 화면은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작가는 구상 회화가 구체적인 경험과 공간, 생각을 표현한다면, “추상 회화는 보편적이지 않은 인간의 영역과 감각적인 영역을 다루며, 이는 정신적인 세계로 옮겨간다고 강조한다.

갤러리현대의 개인전 Raging Moon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추상에서 구상으로 다시, 또다시 (again and againg)’ 민첩하게 옮겨가는 사빈 모리츠의 독창적 창작방식에 주목한다. 먼저 꽃, , 해골 등 작가가 활동 초기부터 소재로 삼은 미술사의 전통적 도상을 그린 정물화와 풍경화, 에칭 작품이 전시의 주를 이루는 추상 작품과 함께 놓인다.

화병에 꽂힌 풍성한 국화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해골을 화면 중앙에 배치한 <Chrysanthemums and Skulls>(2015), 큐비즘의 선두주자 조르주 브라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Braque’s Shell>(2015), 수평선 너머 펼쳐진 광활한 푸른 하늘과 강가에 덩그러니 놓인 나무배를 그린 <Boat>(2018)는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의 공존과 역설을 은유하는 구상 작업이다.

또한 이 작품들은 정물화의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풍경화가 전하는 자연의 숭고미라는 서양 미술사의 전통과 사빈 모르츠와의 끊임없는 지적, 미적 대화를 암시한다.

전시장 곳곳에 전시되는 사빈 모리츠의 에칭 작품은 구상과 추상의 중간지대역할을 한다. 12점이 나란히 걸린 <Rose>(2020, 2021) 연작은 제목대로 장미라는 동일한 대상을 에칭으로 형상화하고 그 위에 유화 물감과 크레용을 사용해 섬세하고 과감하게 색을 덧입힌 작업이다.

동일한 모티프를 반복하면서 주제의 다층적인 속성을 부각하는 문학의 토포스(topos)’ 기법과 유사한 이러한 작업 방식은 사빈 모리츠가 몰두해온 기억의 가변성, 매 순간 개입되는 감정, 감각의 변화라는 일련의 주제와 연결되며, 구상으로 시작해 추상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 세계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을 의미하는 세 점의 <Vernal>(2021)은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가시화하는 에칭 작업이다. 가지가 뻗어 나가는 나무를 에칭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꽃이 만개하는 봄을 상징하듯 붉은색과 파란색, 연두색, 노란색 유채 물감으로 화면을 완전하게 덮어 나무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Raging Moon》전의 하이라이트는 찬란한 색의 향연이 놀라운 감흥을 일으키는 사빈 모리츠의 추상 회화다. 작가는 자연을 보며 공명할 때의 그 원초적이고 자유로운 감정과 감각을 선사하기 위해 아무런 스케치 없이 화면 앞에서 춤을 추듯 붓질을 시작한다. 작가 자신에게 울림을 줄 때까지 물감은 축적되고 수정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자연에서 출발해 신화와 우주의 고차원적 세계에 다 다른다. 작가는 <Spring>, <Summer>, <Autumn>, <Winter>의 사계절, <March>와 같은 전시가 열리는 특정한 달, <Land>, <Wood>, <WInd> 등의 자연 요소, <Baltic Sea>라는 지역의 특수한 자연환경 그리고 <Andromeda>, <Cassiopeia> 등의 신화적이고 우주적인 작품 제목을 추상 회화에 붙인다. 폭발하는 색의 스펙트럼과 표현적 붓질의 생기 넘치는 리듬감은 작품 제목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관객의 정서와 상상력을 풍성하게 자극한다.

작가는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개인전을 기념하며, 구상과 추상, 질서와 혼돈, 이성과 충동, 인간과 자연 등 작업에 내재한 대립적 속성과 개념을 아우르는 전시 구성 컨셉트로 숫자 ‘4’를 제시한다.

동양권과 달리 숫자 ‘4’는 서양에서는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물, , , 공기의 사원소, 나침반의 동서남북, ,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피타고라스 우주론에서의 정의(正義) 등 질서와 안정을 의미한다. 또한, 작업의 직사각형과 정사각형 형태는 자연스럽게 전시 컨셉트와 연결되고, 전시장 벽면에 네 점씩 나란히 놓인 추상 회화는 하나의 연작 혹은 하나의 가족으로 관객과 마주하게 된다.

사빈 모리츠는 아름다움과 고통의 감정과 감각을 환기하는 개인적 역사적 기억의 이미지를 전통적인 구상 회화의 언어로 소환하고, 자연의 원초적 에너지를 품은 생명체처럼 형형색색의 빛을 발산하는 추상 회화를 그려가면서, 딜런 토머스의 시구처럼 우리가 지닌 비밀스러운 영혼과 공명을 시도한다.

리히터와 사빈 자녀들 가족사진

세계에서 가장 작품 값이 비싼 독일 작가 리히터의 가족사진. 아이들 귀엽네요. 리히터 부인(사빈 모리츠)도 유명화가죠. 뒤셀도르프 쿤스아카데미 사제지간이다.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전시 리뷰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사진은 세계적 독일 사진가, 토마스 스트루스 작품.. http://omn.kr/1y0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