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호랑이해 2022년 내년 전시 소개]
[1] 첫 전시로 오는 1월 21일 한국의 현대미술가 문성식(b. 1980)의 개인전 《Sungsic Moon: Life》를 부산점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2011년, 2019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다수의 신작 드로잉을 소개한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회화적 정체성을 추구하는 문성식은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 등 고대미술에서 나타나는 마크 메이킹(mark making) 기법에서 영감받아 고유의 스크래치 기법을 고안해냈다. 유화 바탕을 연필로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을 주효하게 활용하는 작가는 일상적 소재를 다루되 인간 의지의 흔적과 생명력이 고스란히 고착된 느낌을 작업에 반영한다.
작가의 첫 부산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19년 전시 때보다 기술적으로, 주제적으로 진일보한 드로잉 10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2] 이어 서울점에서는 2월 15일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단색화의 선구자 하종현(b. 1935)의 개인전을 개최, 폭넓은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서울점 전관(K1, K2, K3)에 걸쳐 3월 13일까지 진행되는 본 전시는 2015년, 2019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그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 아래 평생 유화를 다뤄온 작가의 색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탐구, 그리고 실험정신에서 비롯한 청색과 오렌지색 등 다채색의 ‘접합’ 신작이 조명되는 자리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접합(Conjunction)’ 연작을 비롯해 신작 ‘후기 접합’ 연작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며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다룬다.
새로운 ‘후기 접합’ 연작은 캔버스 천으로 감싼 얇은 나무막대들을 화면의 바탕에 직선 형태로 나열하는 등 기존 ‘접합’ 연작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하종현이 지속적으로 몰두해온 ‘물성 탐구’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회화의 정의를 확장해온 그의 기존 ‘접합’ 연작과 한발 더 진화한 ‘후기 접합’ 연작 간의 신선한 담론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하종현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인 2022년 4월 21일, 베니스의 팔라제토 티토(Palazzetto Tito)에서 현지 비영리 기관인 폰다치오네 베비라콰 라 마사(Fondazione Bevilacqua La Masa)의 주최 하에 회고전을 개최한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진행 중인 하종현의 60년 화업을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로, 단색화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보여주는 동시에 단색화의 현주소를 논한다.
[3] 봄에는 4월 5일,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b. 1964)의 세 번째 개인전을 서울점(K3)과 부산점에서 동시 개최하며(부산에서는 첫 개인전이다), 조각과 회화 작품을 각각의 공간에서 소개한다.
다양한 재료와 개념적 언어를 아우르는 론디노네의 조각, 페인팅, 드로잉 및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은 시간의 흐름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연약함, 인간의 일상을 주조하는 애정과 상실감, 그리고 해학을 특유의 풍부한 시적 감각으로 표현해왔다.
서울점에서는 자연에서 채취해 거친 외관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돌이 전달하는 태고적 아름다움과 강렬한 조화가 인상적인 조각 연작 <nuns+monks>를 선보인다.
앞서 언급된 두 모티프는 론디노네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해왔으며, 2013년 뉴욕 록펠러 플라자에서 공개된 <human nature>와 2016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된 <seven magic mountains>와 같은 공공미술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부산점에서는 롱아일랜드 해협(Long Island Sound)에 위치한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바라본 친밀하고, 서정적이며, 평화로운 일몰 혹은 달밤의 풍경을 묘사한 신작이자 수채화 연작 <mattituck>을 선보인다.
한편 론디노네 역시 하종현과 마찬가지로 내년 4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현지에 위치한 스쿠올라 그란데(Scuola Grande)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4]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전시로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아온 작가 유영국(1916-2002)의 작고 20주년 기념전 《산은 내 안에 있다(The Mountain within Myself)》를 6월 9일부터 8월 31일까지 서울점 전관(K1, K2, K3)에 걸쳐 개최, 작가의 작품세계와 유산을 재조명한다.
2018년 이후 갤러리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유영국의 개인전에서는 1970년대 제작된 푸른색과 초록색 계열의 작품을 비롯해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제작된 작품을 포함한 총 50여 점이 소개된다.
유영국의 주요작품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붉은색 계열의 작품에 중점을 두었던 2018년 국제갤러리 개인전과도 연계되며,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할 예정이다. 작고 20주년을 맞아 유영국이 한국 현대미술에 미친 유의미한 영향력을 기념하고자 이번 전시에는 이건희 컬렉션 등 주요기관 및 미술관에 소장된 작가의 주요작품들이 포함된다.
여름을 맞이하여 6월에는 한국의 젊은 작가 이희준(b. 1988)의 개인전을 부산점에서 개최해 작가의 주요 신작들을 선보인다. 일상의 익숙한 풍경과 이미지를 변환하고 재해석하는 작가의 추상회화 작업을 직조하고 있는 풍성한 시각언어는 현재 그를 둘러싼 환경뿐만 아니라, 과거 여행 차 방문했던 곳에서의 기억에서 발현된다.
이러한 시각적 자료는 이후 기하학적 색면도형과 결합되어 철저히 계산된 도면에 따라 편집, 재조립, 나열된다. 페인팅과 콜라주에서 착안한 독특한 기법을 활용하는 이희준은 현재 현대미술에 주어진 역할을 관찰하고 마주하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소비되는 무수한 이미지들에 대해 반문한다.
[5] 9월에는 스칸디나비안 작가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첫 부산 개인전을 개최한다. 1995년부터 함께 작업을 진행해온 마이클 엘름그린(Michael Elmgreen, b. 1961)과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 b. 1969)은 냉소적인 유머와 철학이 공존하는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사회·정치적 담론을 형성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건축,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전 장르를 관통하며 현대사회에 대한 화두를 제기하는 동시에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세계 속 고착화된 관념들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고발한다.
듀오는 전세계 유수의 주요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해왔으며, 코펜하겐 국립미술관(Statens Museum for Kunst, 2019), 제15회 이스탄불 비엔날레(2017), 그리고 2009년 개최된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북유럽과 덴마크를 대표하여 국가관전 《The Collectors》를 큐레이팅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국제갤러리 개인전에 앞서 2022년 3월 31일부터 8월 22일까지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밀라노의 폰다지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에서 대규모 개인전 《Useless Bodies?》를 선보인다.
약 900평이 넘는 규모의 갤러리 네 개 공간과 중앙광장을 아울러 진행되는 해당 전시는 프라다 재단에서 지금껏 주최해온 전시 중 그 규모와 깊이가 가장 인상적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Useless Bodies?》는 신체의 물리적 존재감이 줄어들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탈산업사회(post-industrial age)에서 그것이 시사하는 바를 돌아본다.
[6] 9월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와 이우환(b. 1936)의 작업세계를 특별전 형식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20세기를 대변하고 현재까지도 전세계 미술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두 혁신가들의 작업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장르 불문 오직 공간과 자신 간의 관계 사이에서 재료에 대한 탐구와 추상으로의 접근에 매진하며 공간을 활성화시키는 데 집중한 두 대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다.
칼더를 대표하는 모빌(Mobile·움직이는 조각)과 스테빌(Stabile·정지된 조각)은 움직임과 형태를 연상시키며, 특유의 율동적인 에너지와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선들이 전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7] 이와 함께 이우환의 작업 역시 작품의 무게와 위치를 조율해가며 관람객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우환은 장소특정적 설치 외에도, 작가 특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행위와 오랜 기간을 거친 수련을 통해 완성된 페인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사물(혹은 비사물)과 그것의 제작과정에 대한 오랜 사유는 칼더와 이우환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며, 그들이 선정한 재료는 작가의 의도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8] 11월에 서울점 K1과 K2에서 예정된 전시는 한국의 중견작가 이기봉(b. 1957)의 개인전이다.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네 번째 개인전이자 14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세계의 본질을 이루는 구조와 흐름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을 토대로 한 신작들을 소개한다.
특유의 장엄한 분위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기봉의 회화 작업은 지나간 시간, 과거에 대한 향수와 함께 덧없는 순간에 대한 갈망을 역설적으로 불러일으킨다.
무의식과 깊이 연관된 복합적인 개념을 탐구하는 작가의 작업은 관찰과 판타지 간의 언캐니(uncanny)한 균형을 생성하는 동시에, 자연의 풍경을 흐릿하게 묘사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의 화면에 그려지는 풍경은 시간을 초월한 또 다른 풍경으로 존재한다.
[9] 12월에는 태국 출신의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 b. 1986)의 개인전을 서울점 K3에서 개최하며 2022년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올해 4월, 국제갤러리와의 전속작가 계약 체결 소식 이후 국제갤러리는 물론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이다.
아룬나논차이의 작업은 제13회 광주 비엔날레(2021)와 서울 미디어 시티 비엔날레(2016) 등에서 그룹전 형식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작가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불교, 태국의 애니미즘과 민주주의 운동, 식민주의의 영향 등을 포괄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왕성한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화적이고 다채로운 이미지를 기반으로 데님을 회화의 주 재료로 활용하는 작가는 서구를 중심으로 전해져 온 미술사와 세계화의 흐름에 대해 날카롭게 반문한다. 국제갤러리는 아룬나논차이의 회화와 설치작업을 서울점에서 선보이며 다양한 매체를 오가는 작가의 풍성한 시각언어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현재 프랑스 태생의 미국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The Smell of Eucalyptus)》를 K1 및 K3에서, 대표적인 단색화 작가 권영우(1926-2013)의 개인전 《Kwon Young-Woo》를 K2에서 선보이고 있다. 두 전시 모두 2022년 1월 3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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