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부르주아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 국제갤러리 2021년 12월 16일(목) – 2022년 1월 30일(일) 전시장소: 국제갤러리 K1, K3 '유칼립투스'는 부르주아에게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은유이다. <사진 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는 2021년의 마지막 전시로 프랑스 태생의 미국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의 개인전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를 개최한다. 조각 및 평면 작품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2012년에 이어 10여 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부르주아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2002년을 시작으로 2005년, 2007년, 2010년, 2012년에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99세를 일기로 타계한 부르주아는 전 생애 동안 예술적 실험과 도전을 거듭해왔으며, 현재 활동하는 미술가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힌다.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기존 미술의 형태적, 개념적 한계는 물론 초현실주의와 모더니즘 등의 주류 미술사조를 초월하는 사적이고도 독창적인 언어를 끊임없이 연구,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되는 특정 작품의 개별 제목이기도 한 제목 《유칼립투스의 향기 The Smell of Eucalyptus》는 부르주아의 후기 작품에서 특히 주요하게 조명되는 기억, 자연의 순환 및 오감을 강조하는 문구이다. 1920년대 후반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며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던 젊은 시절의 부르주아는 당시 유칼립투스를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로써 유칼립투스는 작가에게 있어 어머니와의 관계를 상징하게 되었고, 특히나 작가의 노년기에 두드러지게 표면화된 모성 중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기능했다. 더 나아가 유칼립투스는 작가의 추억 기제를 촉발하고 과거를 현재로 소환해낼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이 지닌 힘에 대한 믿음의 방증이기도 하다(작가는 생전 스튜디오를 정화 및 환기시키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태우곤 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삶 곳곳에서 실질적, 상징적으로 쓰인 유칼립투스는 부르주아에게 미술의 치유적 기능에 대한 은유이다.
전시의 주축을 구성하는 작품은 <내면으로 #4 Turning Inwards Set #4> 연작으로, 부르주아가 생애 마지막 10여 년간 작업한 일련의 종이 작품군이다. 39점의 대형 소프트그라운드 에칭 soft-ground etching 작품으로 구성된 본 세트는 부르주아가 해당 시기에 몰두했던 도상, 즉 낙엽 및 식물을 연상시키는 상승 곡선, 씨앗 내지, 꼬투리 형상의 기이한 성장 모습, 다수의 눈을 달고 있는 인물 형상, 힘차게 똬리 틀고 있는 신체 장기 등 작가의 조각 작품을 참조하는 추상 및 반추상 모티프들을 성실하게 언급한다.
물리적 긴장과 완화, 풍경과 신체, 내면과 외부 현실 간의 간극을 역동적으로 오가는 작품들이지만, 제목이 암시하듯 그를 지배하는 감성은 자기성찰이다.
특히 <내면으로 #4> 연작은 부르주아의 후반 형식 및 주제 실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제작한 <잎사귀 (#4) Leaves (#4)>, <너울 Swaying>, <통로들 (#3) Passages (#3)>, <높이, 그리고 더 높이 Up and Up> 등 동일한 원판을 기반으로 손수 칠해 만든 대형 판화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간 도상학적 어휘록을 설정했던 셈이다.
부르주아는 일기 등 자신의 글에서 발췌한 텍스트 파편을 이 작업에 녹여내곤 했다. 이러한 텍스트와 이미지의 조합은 부르주아와 판화의 평생에 걸친 인연의 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찍이 1947년에 그는 9개의 판화를 9개의 수수께끼 같은 우화와 짝을 맞춘 작품집인 『그는 완전한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He Disappeared Into Complete Silence)』를 출간한 바 있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업 세계는 조각부터 드로잉, 설치, 바느질 작업까지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업을 통해 시대적 특성이나 흐름으로 규정지을 수도,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불가한 고유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 역시 부르주아의 후기 평면 작품들을 작가의 커리어 전반으로부터 선별한 조각 작품들과 함께 제시함으로써 동일한 형식적, 주제적 고민을 다루는 다른 시대, 다른 매체의 작품군 간의 흥미로운 대화를 촉발한다.
[작가소개] 루이스 부르주아(1911년 파리에서 탄생, 2010년 뉴욕에서 사망)는 지난 세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힌다. 70여 년에 걸쳐 조각가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이외에도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회화, 판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했다. 시적인 드로잉에서부터 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설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자신의 불안을 떨쳐 버리기 위해 그 불안을 물리적으로 구현해내곤 했다.
특히 기억, 사랑, 두려움, 유기 등이 그의 복잡하고도 영명 높은 작업 세계의 핵심이다. 부르주아는 1983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훈장을, 1991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국립예술상 조각부문 대상을, 1997년에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예술훈장을, 그리고 2008년에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Legion d'Honneur 훈장을 받았다.
1993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미국관 작가로 참여하였으며, 1999년 참가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세계 유수한 기관들이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MoMA, 프랑크푸르트 쿤스트페어라인 Kunstverein, 런던 테이트모던 Tate Modern,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State Hermitage Museum, 파리 퐁피두센터 Centre Pompidou,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Haus der Kunst 등의 회고전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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