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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정보경] "17번째 개인전, 작업에서 대전환 꿈꾼다"

[정보경 개인전] 강남 젤리스톤 갤러리에서 2021531일까지
<오마이뉴스> omn.kr/1t1rm

 

"불편한 그림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했으면"

정보경 개인전 '주변인' 젤리스톤갤러리에서 5월 31일까지

www.ohmynews.com

정보경(1982~) 작가 17번째 개인전이 '젤리스톤(Jellystone gallery)갤러리'에서 531일까지 열린다. 이 갤러리는 모 인테리어 전문회사가 작년 7월 문을 연 전천후 예술 공간이다.

정 작가는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홍익대와 동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그동안 마티스 풍의 화사한 색채와 과감하고 자유분방한 구도 속에 생동미 넘치는 꽃과 정물과 그리고 실내풍경을 주로 그려왔다. 2019년부터는 먹으로 자신을 대면하는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러더니 이번에는 미술과 멀게 살아온 외갓집과 주변 사람을 모델로 해서 작품을 했다.
<유튜브> www.youtube.com/watch?v=gxceIpS4Kx0

하나, <40대 내다보며 대전환>

2011 The Flower of Desire

2008년 첫 전시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그녀의 작품은 잘 팔리는 인기작가다. 그러나 작가도 이제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을 둔 40대 전환기를 맞아 자신이 그려온 작품에 대해 되묻는다. "과연 내가 원하는 걸 그렸던가? 아니면 관객의 비위를 맞춘 그림을 그렸던가? 고민의 크기만큼 새 피를 수혈받는 자세로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작가는 이제 관객의 시선보다 자신의 미학에 더 충실하려 한다. 그러면서 기존의 양식에서 벗어나려 한다. 혹시 내 작품이 브로치(brooch) 같은 허상이나 환상의 도피처 같은 그림이 되지 않았나 돌아본다. '그럴듯한(vraisemblable)' 그림 아닌 '그러한(vrai)' 그림을 열망한다. 그러면서 예술은 항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게된단다.

 The other side of comfort 안락의 그늘 259*181cm 2019

2019년 '세줄갤러리'에서 <안락의 그늘>전 작업도 자신의 작업이 안락의자와 같은 것이 아닌지 묻는 전시였단다 그래서 그 수준을 한 단계 올린다고 했으나 작품 판매는 전과는 비교가 안 되게 확 떨어졌다고.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충돌로 생긴 사건인가.

탈인상파 거장 '세잔'도 자신의 작품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다 입체파의 창안자가 되기도 했지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작가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 출발하려 한다. 회화의 방향을 외면보다는 내면으로 확장하려 한다. 히스테리한 감각의 미술보다는 깊이 있는 철학과 개념을 중시하는 사유의 미술로 나아가려 한다.

<가만히 가까이>. <치유의 미술> 등 미술명저를 낸 '유경희' 미술평론가도 그녀의 작품에 이제는 정 작가가 감각에 사유를 더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의 갱신을 위해 꾸준히 많은 시도를 해왔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6살부터 미술 유치원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기에 너무나 익숙해진 오른손 그리기와는 결별한다. 불편하고 낯설지만, 입시에서 벗어난 대학 1학년부터 왼손 그리기를 시도했다. 이제는 양손을 능숙하게 다 쓸 수 있게 되었지만, 작가는 이렇듯 작품과 전투를 벌인다.

지난 도록을 쭉 보니, 문학으로 비유하면 나르시스적 낭만주의에서 현실적 사실주의로 넘어갔다고 할까. 이상적 환상의 세계에서, 사회의 실상을 직시하는 화풍으로 바뀌는 경향을 보이다. 좀 낯설지만 뻔하지 않은 신선함이 번뜩이는 회화로 돌파구를 뚫으려고 한 것이다.

, <외갓집 이야기

여자 2020 무기력한 모습 화가 난 모습 노려보는 모습이 등장

<4> 그러나 앞으로 작가 화풍을 단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관객의 요구에 편승하기보다는 그들에게 불편을 주더라도 더 본질로 다가가는 그림을, 그 길이 외롭고 고통스럽더라도 자기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도 강해 보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존의 이미지 쾌락을 탈각하는 그림이 되게 마련이라 위험하기도 하다.

작가의 만남에서 들려준 외갓집 이야기가 흥미롭다. IMF 때 부모가 맞벌이하면서 자녀를 돌볼 수 없게 되자, 넉넉하지는 않지만 외갓집 이모와 사촌들등 15식구가 같이 살게 되었고, '계란 2개씩 먹으려면 30개를 같이 삶아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단다.

그중 작은이모는 작두를 타고 거기에 150의 돼지를 얹고 굿하는 무당이었고, 다른 이모는 광적인 기독교인, 이렇게 다양한 종교적 환경 속에 살았다. 이런 분위기가 역으로 작가에게 좋은 자국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무당은 사실 예술가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의 소유자다. 더 큰 작가가 되려면 때로 예술과 주술의 합작이 필요하기도 하다.

아주 어려서 전화번호부 위에 똑같이 그린 '제비표' 로고를 보고 외할머니가 "너 참 잘 그리는구나" 칭찬에 우쭐하기도 했는데, 불행히도 작가를 그리 아껴주시던 외할머니도 2019년 돌아가시고 그 공허함이 컸으리라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그녀를 더 예술혼에 충실한 작가, 더 단단한 작가가 되도록 마음을 다지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5> 왜 이런 누드를 그렸나?

여자 2020  무섭게 노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정보경

작가와의 대화를 들어보니 작가가 감수성이 예민했던 10대에 경험한 양극화 트라우마가 커 보인다. 고교 때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자신의 삶과는 너무 다른, 친구들은 돈 몇십만 원쯤은 우습게 알고 비싼 식당에 가 돈을 마구 써대는, 식당에서 돈을 N분의 1로 나누자고 해 얼마냐고 물어보면 그 금액이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과거의 상처와 공허를 30대에는 역으로 그것 지우려고 화사한 꽃으로 화려한 실내장식화로 그렸다면 이제는 더 솔직하게 내가 그리고 싶은대로 작업을 하고 싶단다. 그래선가 이번 전에서 휑한 표정, 불안하고 무기력한 모습, 옷을 훌러덩 벗어버린 누드, 화가 나 남을 노려보는 눈길을 여과없이 그려냈다 어두운 표정에 사회의 모순이 보다 작가의 정직한 시건이 보인다.

관객은 왜 이런 불편한 누드를 그렸는지 궁금해한다. 작가는 옷 입고 옷을 벗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 내면과 아생적 표정을 그려고 싶다고 그리고 옷을 벗지 않았다면 저런 얼굴이 안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 작가에게는 사실 장르가 중요하지는 않다. 사람을 그린다고 해도 꼭 그 사람의 외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그린다고 보면 아무 문제가 없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은 이번 작가의 도발적 인물화와 누드화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모델의 객관적인 외관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 주관적인 인물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체 묘사는 파괴에 가깝게 재구성되었고 이목구비도 제멋대로 배치되어 얼굴을 구성한다. 두툼한 물감이나 거친 붓질 때문에 극대화한 표현성. 정보경은 이에 더해 성인 여자의 자의식이 밴 누드화가 차별점인 것 같다"

<6> '주변인' 바로 우리 아닌가?

여자 2021 무섭게 노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 제목이 '주변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성장기 IMF 충격,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양극화 사회의 체험 그리고 다시 팬더믹 날로 극심해지는 위기의 시대가 서로 오보 랩되는 모양이다. IMF 이후 우리 사회는 2020년 이상 모든 게 돈 중심으로 바꿨고 양극화도 급물살을 탔고 많은 사람들이 주변인이 양상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작가와 대화에서 주변인을 찾아보니까 양쪽 모두의 집단에 속해있으면서도 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현대인의 특징이고요. 그게 바로 우리들의 초상이잖아요. 그렇게 중심부에서 가장자리나 변두리로 밀려난 사람들을 좀 그려보고 싶었다라며 터놓았다.

그러면서 작가는 그런 부조리한 갈등과 부딪칠 때, 우리가 오히려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잖아요. 요즘 사람들 의견이 대립되고 둘로 갈려 자기만 옳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차를 좁히는, 그런 면에서 왜 우리가 부당한 처지를 외면하지 않고 불편한 그림을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번 전시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7> 예술만 아니라 일상도 중시하는 작가 되련다

여자 2020

작가는 이제 예술 못지않게 일상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젊어서 생각한 피상적인 긍정보다 일상과 부딪치며 당하나는 고통을 품어 안고 그걸 이겨낸 뒤에 오는 환희 같은 '고진감래'를 차원이 높은 진정한 긍정으로 받아들이겠단다. 작가에게 앞으로 닥칠 어떤 도전과 난관은 오히려 예술가의 삶에 미래의 가능성을 촉진하는 명약이 되리라고 믿고 있었다.

한 걸음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조금이라는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작가는 품고 있었다. 무슨 거창하게 민중을 위한다는 그런 명분은 아니나 그녀는 예술가로 요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꾸 질문을 던지게 된단다. 작가 나이 마흔, 이제 그녀는 사물과 사람이 하나 되는 물아일체처럼 일상과 예술도 하나로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정보경 I 여자 2021

끝으로 '주변''중심'보다 더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라는 들뢰즈말을 인용한다.

”‘중심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는 건 예술뿐이다. 우리는 오로지 예술을 통해서만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예술을 통해서만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와는 다른, 딴 사람의 눈에 비친 세계에 관해서 알 수 있다. 예술 덕분에 우리는 하나의 세계, 즉 자신의 세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증식하는 것을 보게 된다" -들뢰즈

덧붙이는 글 | **젤리스톤갤러리: 지하철 7호선 학동역 10번 출구 내려서 왼쪽 골목 마트가 보이고 마트에서 오른쪽으로 쭉 올라가면 갤러리가 보인다. 갤러리 주소 06053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3320 1. 전화 02)3441-3111 www.instagram.com/jellystone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