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들] 2021. 02. 25~2021. 06. 03.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 기획 : 이채영(백남준아트센터 학예팀장) 김선영(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참여작가 : 구민자, 로레 프로보 · 요나스 스탈, 송민정, 전소정, 요한나 빌링, 배드 뉴 데이즈, 박선민, 박승원 주최 및 주관 :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후원 :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협찬 : 산돌구름 <수정중>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는 2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2021년 첫 번째 기획전 《전술들》을 개최한다.
재난의 시대 치유하고 싸우면서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문제들 속 공존과 대안을 모색하면서 1년 동안 공부하고 고민한 문제를 주제로 작가들과 함께 풀어본 전시입니다 -김성은 관장
1) 사물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새로운 연합체인 “모호한 연합”을 구축하고(로레 프로보 · 요나스 스탈), 2) 소도시의 작은 커뮤니티를 구제하기 위한 공공의 안무를 짜고 퍼포먼스를 수행하며(요한나 빌링), 3) 화물노조 운전기사들의 투쟁 동선을 따라 ‘트럭 운전자들의 브이로그’를 스트리밍 한다(배드 뉴 데이즈). 4) 장난감에게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주면서 끝없는 기다림을 되새기고(박승원), 5) 끈질긴 응시를 통해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지 사유를 정돈하고(박선민), 6) 도시의 주변인, 스케이터들을 따라 도시의 동선을 재편하고 이를 통해 타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에 대해 이야기한다(전소정). 7) 가상의 세계, 시간의 혼재 속에서 언어와 문자를 축적하여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모색하며(송민정), 8)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정점에 이르렀다 여겨지는 현재,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과학적 진리와 규칙에 대해 다시 질문한다(구민자).
2020년 ‘세계화’의 절정이 아닐까 싶은, 온 국민이 전 세계를 제집 드나들 듯이 살고 있다고 느끼던 바로 그때쯤 시작된 전염병으로 인류는 전대미문의 일을 겪고 있다. 철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팬데믹 상황이 우리를 원시시대와 같은 “생존을 위한 사회”로 회귀시키고, 자본의 불균형은 죽음 앞에 더욱더 양극화되어 비민주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이 바이러스가 모두에게 ‘혐오’의 라이선스를 부여한 듯이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당연하게 내뱉는, 일상의 “마이크로 파시즘”이 횡행하는 이 상황을 상기할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런 상황 아래 “‘어떻게’ ‘함께’ 살아 갈 것인가?”라는 저 단전에서 끌어올려 정색하는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는 이 질문 앞에 새로운 생존 전술, 저항 전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법, 디지털 감시를 감시하는 법, 쏟아져 나오는 댓글과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지각, 혐오가 불러일으키는 어리석고도 무분별한 폭력에 맞서는 법, 바이러스 이전에도 깊었고, 이후에는 더욱 깊어지는 양극화된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법. 사물에 말 걸고 그것의 역사를 인지하는 것, 인간과 자연과 사물과 공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 감시체계 속에서 일상을 축제의 리듬으로 전환하는 것, 타인에 대한 공포를 연대와 공감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는 새로운 “전술” 말이다.
느슨한 추상적인 개념을 참고 기다려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코로나 시대 백남준 열린 회로를 만들어놓았다. 놀랍게도 백남준의 후예 줌을 만들어 지구촌 사람들 더 열린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그것도 거의 저비용 아니 거의 무료로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시대 사회적 약자와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고통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 때 예술가들은 뭘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백남준 아트센터는 이런 고민을 예술적 언어로 재해석해 전시를 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 살아남아야 하는 전술과 그럼에도 인간의 가능성을 열어야 하는 전술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전시소감
프랑스 사회학자 미셸 드 세르토의 생존전략 중 하나로 언급되는 주체의 수행성(소외된 타자들의 일성적 저항의 한 방식) 세르토는 후기자본주의 일상생활과 민중문화는 지배권력이 생산한 지식 및 신념과 동일할 수없다고 본다. With multi-perspective, the thing Certeau tries to discribe is creative practices of everyday culture which make liberation from and resistance against the hegemony of ruling powers. 그의 대표작으로 '일상생활의 발명'(The Practice of Everyday Life :L'Invention du quotidien tombe 1. arts de faire 1980)이 있다. He invents the everyday thanks to the arts of making, subtle tricks, tactics of resistance by which he diverts objects and codes, reclaims space and use in his own way. ... Michel de Certeau, the first, restored the anonymous tricks of the arts of making, this art of living the consumer society.
《전술들》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연과 사물 그리고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삶의, 그리고 예술의 전술을 고민한다. 전시에서 사용하는 ‘전술’은 프랑스 학자 미셸 드 세르토의 개념이다. 세르토에게 전술은 근대사회에서 소외된 타자들이 일상에서 공고화된 권력에 저항하는 일상의 저항적인 실천의 방식, “주체의 수행성(performative)”에 대한 논의와 결합된다. 《전술들》의 작가들은 전시(戰時)와도 같은 이 시기에 몸으로 행하는 작은 ‘수행’들로 틈새를 만든다.
〈보라〉는 스웨덴 옌셰핑 근교 로슬렛의 ‘믹스 댄서’라는 댄스 커뮤니티와 요한나 빌링이 공공적인 안무의 가능성을 실험한 퍼포먼스 비디오이다. 화면은 크고 무거운 보라색 유리판을 들고 가는 젊은 여성들로 시작된다. 그들은 천천히 도시의 거리와 공원을 가로질러 어린 소녀들에게 이 유리판을 건넨다. 유리판이 혹여 떨어져 부서질까 여성들은 이 연약한 물질에 집중하여 움직인다.
이 퍼포먼스는 ‘믹스 댄서’라는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지역 여성 커뮤니티의 여전히 불안정한 운영 상황의 ‘연약함’과, 12년간 운영되었고 주요한 지역 커뮤니티로 주목 받는 ‘믹스 댄서’의 지속적인 운영과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가 교차되어 있다. ‘믹스 댄서’가 나르는 유리조각들은 그들의 연습실이 지하에 있는 로슬렛의 리크리에이션 센터의 창문의 크기를 본 따 만든 것인데, 보라색은 그들의 스튜디오 벽의 색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건축물은 라스 스탈린(Lars Stalin)이 디자인한 브루탈리즘 건축으로 유명한데, 콘트리트 블록으로 만들어진 이 건물들은 존 파슨(Jon Pärson)과 레너트 요안슨(Lennart Joanson)이 건축물 표면을 파스텔 컬러로 칠해 ‘부드러워’졌다. 유리판이 움직이는 동안, 댄서들이 지나가는 주변 콘크리트 건물의 핑크색, 초록색, 그리고 보라색들은 댄서들의 움직임과 공명하며 장소와 행위를 매개한다. 지역 커뮤니티와 건축, 댄스, 그리고 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결합된 공공의 안무가 이렇게 행해진다.
“‘모호한 연합’은 전 인류가 아닌, 오직 파편화된 이들을 위해서 결성된 연합이다. 우리 사회의 촉수이자 사지로 기능하면서 그 말단으로 밀려난 이들 말이다.” - ‹모호한 연합› 선언문 중
〈모호한 연합들〉은 〈모호한 의회〉(2017), 〈모호한 연합〉(2019)에 이은 로레 프로보와 요나스 스탈의 세 번째 협업이다. 요나스 스탈은 이 작품에서 “로레 프로보는 의인화된 개체들, 즉 식물, 팔, 나뭇가지, 혀, 독, 가슴, 기호 등을 정치 행위자로 설정했고, 자신은 이들을 의회로 개념화하여 공간에 형태를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나뭇가지와, 새, 식물이 어우러진 문을 지나 공간에 들어서면 당신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다. 여러 파편화된 타자들이 나열된 이곳에서 오징어 먹물이 범벅된 끈적한 바닥을 밟으며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한다”, “만물로 거듭나기, 당신으로 거듭나기” 등의 구호 피켓들과 속삭이는 말소리들을 들으며 “모호한 연합들”의 세계 속에 서게 된다. 두 작가가 정의한 “관계성”에 기반한 “모호함”은 “나뭇가지와 독, 혀와 몸짓 등의 연결에서 나타나는 즉흥적이면서도 독자적인 관계를 통해 규범적 현실은 허물어지고 모호함은 정치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힘으로 나타난다.” “동지적 타자”로서 인간과 비인간 다른 행위자들을 포괄하는 이들과의 연합에서 우리는 이 시대에 우리가 연대하고 손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애매모호한 개념을 참고 견디어내야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느순한 연대 모호한 연합 모호함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한다. 이는 일상을 이상으로 바꾸는 강한 변형력을 가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상 속에서 우리의 일상을 다시금 발견한다. 우리모두는 결국 연합에서 만날 것이다. 모호한 연합 느순한 연대에서 만날 것이다.
<모든 떨림에 대한 미세한 응시 자연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계속 흔들리면서 떨면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기운의 신비에서 새로운 삶의 출구를 모색해 볼 수도 있다> 박선민,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 3〉, 2020, 8:53, 단채널비디오
작품을 어느 부분부터 보든 상관없다. 전선 위에 앉은 새들이 사라지고 모이고 또 사라지고, 낮의 햇볕이 석양으로 물들고 사라지고. 우리는 응시한다. 새들이 앉을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전선의 떨림을 감지하고 사라져가는 새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또 바라보고. 박선민 작가의 작품이 제시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전술은 “고요한 응시”다.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제시하는 작가는 고요하게 응시함으로써 내면을 만나는 길로 인도한다. 작가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자라나는 두려움의 감정이 타자에게 공격적으로 치닫고 실체보다 더 거대한 두려움이 유령이 되어 엄습할 때 고개를 돌려서 무의미해 보이는 것을 응시하는 시간” 속에서 본질적인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묻는다. 전선 위의 새들과 제주도 곳곳에 생명력을 가지고 올라온 식물의 아름다운 줄기와 잎의 진동을 고요히 응시하면서 당신이 찾을 수 있는 답은 무엇일까? 때때로 인간만의 세상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살아갈 때, 함께 존재하고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들의 존재를 응시하는 것으로,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응시하는 것으로 우리는 작은 사유의 전환, 새로운 시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다면체의 밤하늘,/그 연못 속의 떨리는 액체 남자는 8개의 섬으로부터.” -작가 노트 중
박승원, 〈장황한 대화〉, 2021, 03:23:25, 4K 단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배우 하성광, 촬영 이성택, 녹음 김진학 Park Seungwon, Macrology, 2021, 03:23:25, 4K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Actor Ha Sung Gwang, Filmed by Lee Seongtaek, Recorded by Kim Jinhak
작가는 앵무새 장난감 앞에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준다. 낮부터 시작한 이 낭독은 창문너머 해가 지고 어둑해지며 결국 장난감 앵무새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흉내내기가 끝나갈 때까지 지속된다. 〈장황한 대화〉의 1막은 이렇게 작가의 낭독의 기록에서 끝난다. 그리고 전시에서는 〈장황한 대화〉 2막이 시작된다. 희비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배우 하성광이 앵무새에게 읽어준다. 약 3시간이 넘는 기나긴 퍼포먼스가 될 이 작품의 낭독은 관람자에게도 이 기나긴 ‘기다림’에 동참하도록 한다. 사무엘 베케트는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전쟁이 끝나길 기다리던 기억을 떠올리며 인생의 근본이 ‘기다림’이라는 깨달음 아래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전염병으로 인해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 아래서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막연한 답을 기다리는 그 상황에서 실존을 탐구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공허하지만 꼬박꼬박 대답하는 앵무새 기계를 앞에 두고 물음 자체만 존재하는 ‘결여’의 상황 아래서 작가는 질문한다.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방전된 앵무새와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Unknown unknowns 네온아트로 네온의 불이 4가지로 다르게 들어온다. 그래서 4가지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흔히 Unknown unknowns하면 "모른다는 것조차 모른다" 그런 의미겠죠.
당신은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하는 과학적, 삶의 원리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원리의 본질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것을 그냥 ‘그렇다 치고’ 믿고 있는 것인가? 코로나 19 이후 우리는 살면서 겪었던 그 어떤 일상의 변화보다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한 문명의 시대라고 생각한, 인간이 이뤄낸 기술력의 정점에서 우리는 원시시대의 인류처럼 ‘생존’을 위한 집단적 생활수칙을 바꾸고 있다. 과연 우리가 믿고 신봉한 과학적 진리는 존재하는 것인가?
헤드폰을 끼고 전시장에 놓인 문을 열고 들어간 검은 방 안에서 우리는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을 만난다. “이 공간에 중력이 사라져 간다고 쳐 봅시다.” “지금 이 공간에 경계는 없다 치고, 모서리도 없다 치고, 아주 넓은, 아주 넓게 계속되는 곳이라고 쳐 봅시다.” 공간을 나와 만나는 풍선, 칠판, 슬라이드 프로젝터가 투사하는 질문들 속에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절대적 진리에 대한 가정의 질문들의 연쇄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대한 물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전소정, 〈광인들의 배〉, 2016, 00:20:5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공간설치한네프켄 재단 제작 지원 La Nave de los Locos (The Ship of Fools), 2016, 00:20:50,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space installation Produced by the Han Nefkens Foundation
〈광인들의 배〉는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가 그린 동명의 그림으로 시작한다. 광인들을 싣고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했던 광인들의 배의 항해는 거대한 파도와 함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앞 광장으로 도착한다. 작품은 세 가지 파트로 나눠지는데 파도를 타고 미술관 앞에 도착한 스케이터 보더가 바르셀로나 거리를 가로질러 누비며 자신의 길을 재구축 하는 과정, 중세의 광인들의 배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보스의 그림을 묘사하는 문구를 네 가지 언어로 낭독하는 시퀀스, 보스의 그림에 대한 묘사를 듣고 어둠 속에서 마치 물속을 유영하는 듯이 춤추는 맹인 무용수의 춤으로 구성된다.
“당신은 낯선 자를 억압하지 말지어다. 당신, 당신, 그래 당신” “항해. 떠다니는 영토, 그래 바로 너, 너, 너.”
작업의 모티브가 된 우루과이 출신의 망명 문학가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Christina Peri Rossi)의 자전적 소설 「광인들의 배」(1984)의 글과 작가 본인이 쓴 글이 뒤섞여 거리를 가로지르는 스케이트 보더의 항해에는 강력한 문구가 중첩된다. ‘광인들의 배’는 “난민들의 배”로 직접적으로 유비된다. 여행자, 이동하는 자, 우리 모두 낯선 이이다. 〈광인들의 배〉에서 우리는 낯선 이, 거리의 주변인인 스케이트 보더가 “보행 발화”를 통해 거리를 재정의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이 행위는 번역되어 몸짓으로 표현된다. 낯설고 어두운 몸짓, 우리는 그자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침입자를. 도망자를.”
배드 뉴 데이즈, 〈흐름과 막힘〉, 2021, 라이브 스트리밍 퍼포먼스 4채널 영상, 컬러, 유성배드 뉴 데이즈, 〈흐름과 막힘〉, 2021, 라이브 스트리밍 퍼포먼스 4채널 영상, 컬러, 유성 ⓒ 배드 뉴 데이즈 Bad New Days, Streaming/Cutting, 2021, 4-channel live streaming performance, color, sound ⓒ Bad New Days
〈흐름과 막힘〉은 다섯 명으로 구성된 예술가 단체 ‘배드 뉴 데이즈’가 화물노동자 노조가 그간 행해온 주요한 투쟁의 날, 노동자들이 농성을 위해 이동했던 경로를 따라 화물 트럭을 운전하며 찍은 실시간 라이브 퍼포먼스 기록이다. 작가들은 2002년 결성 후 19년간 이어진 화물노조의 투쟁과정에 대해 인터뷰와 리서치를 진행하고, 3월 4일, 8일, 25일, 30일에 각기 다른 지역에서 열렸던 투쟁과 농성의 여정을 기록한다. 전시장의 스크린과 모니터는 전시기간 동안 행해질 작가들의 라이브 퍼포먼스에 의해 한 화면씩 새로운 여정의 비디오로 바뀐다. 〈흐름과 막힘〉 속에서 과거 같은 날 행해졌던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의 기록과 서술은 작가들의 여정에 함께 기록된다. 작가들은 물류를 나르는 대형 화물차 운전자들의 실시간 운전 라이브, ‘트러커 브이로그’라는 형식을 차용한다. ‹흐름과 막힘›은 노동자들의 역사적 여정을 현재에 다시 되짚음으로써 국가가 구축한 도시의 ‘전략’과 ‘체계’를 노동자들의 동선으로 재편한다. 작가들은 현재의 도로의 풍경 위에 과거의 투쟁의 기록을 음성으로 방출하여 두 개의 시간대를 중첩시킴으로써 생경한 풍경의 여정을 만들어낸다.
송민정, 〈악사라 마야〉, 2019, 00:18:49, HD 단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Song Min Jung, AKSARA MAYA, 2019, 00:18:49, HD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악사라 마야〉는 말레이시아어로 ‘가상의 인물’, ‘가상의 시나리오’라는 뜻으로 암흑기로 설정되어 있는 왜곡된 시간에서 펼쳐지는 화자와 ‘강’ 이라는 인물간에 ‘문자(text)’를 놓고 벌어지는 음모를 보여주는 RPG 게임 형식의 작업이다. 작품은 어두운 공간 어딘가로부터 도망쳐 나오는 듯한 화자의 헐떡이는 숨소리로 시작한다. 화자가 마치 통과하는 듯 보이는 길 끝에서 시작될 ‘새로운’ 암흑기는 언어와 음성과 관련되어 있고, “우리는 현실의 각기 다른 입장에서 새로운 시간대로 잠입해 새로운 미래를 위해 논의하는 주체가 된다”고 ‘거창하게’ 게임 속 화자는 선언한다. ‘문자’가 끊임없이 축적되고, 무게를 가지고 있는 이 세계에서 화자는 지속적으로 시간을 왜곡하고 우회로를 통해 ‘강’과 ‘카두아’라는 인물들의 문자를 훔치고 탐색하며 감시한다. 화자는 이들을 이용하여 어둠의 세계를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인가? 화자는 시작부터 “이것은 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시작함으로써 본인에 대한 이야기임을 역설적으로 밝힌다. 화자가 처한 암흑세계 속의 고립, 채집, 문자의 찌꺼기에 둘러싸인 이 세계는 무엇을 은유하는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이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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