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남준랩소디

[백남준] '성', 생사 넘는 인류의 영원한 주제

<백남준 serious를 매우 싫어하다> 백남준이 이런 해프닝을 도발한 건 성적 억압을 일삼는 기존사회의 통념을 깨는 예술적 교란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문필가 'G. 바타이유(1897-1962)'도 "성(에로티시즘)은 죽음 속에서도 삶을 찬양하는 축제이다"라고 정의했지만 성 혹은 에로티시즘은 생사의 넘어 인류의 영원한 주제이자 인간이 추구할 행복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음악 역사에는 D.H. Lawrenced와 Sigmund Freud의 정신이 필요하다",.

"«Pre-freudian hypocrisy». Why is sex a predominant theme in art and literature prohibited only in music? How long can New Music afford to be suxty years behind the times and still claim to be a srious art? The purge of sex under the excuse of being «serious» exactly undermines the so-called «seriousness» of music as a classical art, ranking with literature and painting. Music history needs its D.H. Lawrence its Sigmund Freud".

<예술사를 보면 대부분 예술가는 시대를 더 먼저 더 빨리 사는 사람이다 게다가 기존의 사회적 터부를 건드리고 당시의 신화와 룰을 깨는 사람이기에 악평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악평으로 예술가들은 세계적 스타가 된다. 백남준도 뉴욕에서 그랬다. 이에 대한 백남준 식 대처방식이 뭔지 알려준다 그의 섹스 아트에 대한 당시 마국사회의 잣대는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이었다>

11월 <춤>지는 백남준 특집을 게재하였는데, 백남준은 송정숙 서울신문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악평 같은 거, 내가 일생동안 악평 오죽 보았어요. 미국에서는 이제 악평같은 거 받음 받을수록 예술가가 자라지요, 달리나 피카소는 일생을 그걸로 성장했으니까요, 나도 콘서트 하다가 노출 때문에 경찰에도 가고, 피아노 파괴했다고 파괴주의자라고 얻어맞았지만 그거 개의하지 않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한국 언론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언론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거 하다가는 아무 것도 안돼요, 그러니까 이번도 신념가지고 했으니까 부정적으로 나오면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운명이니까. 저절로 깨닫도록 기다려야지. 그렇잖아요?”

그런데 오페라 섹스트로니크 2막이 시작되고 샬럿이 가슴을 드러내자 사복경찰 3명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 그녀의 상반신을 코트로 덮고 즉각 경찰서로 끌고 갔다. 이 공연의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백남준도 연행됐으나 공연장에 양복 차림으로 점잖게 앉아 있어 훈방 조치됐고, 샬럿도 나중 풀려났지만 외설혐의로 재판에 붙여졌다.

이 사건은 외설과 예술의 자유논쟁으로 확대되어 미국예술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다. 샬럿이 법정에 서자, 애가 탄 백남준은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미국 예술가뿐 아니라 프랑스 시인인 '장 자크 르벨(J. J. Level)'에까지 편지를 보내 뉴욕주지사에게 그녀의 사면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내달라고 사정했다.

마침 '르벨'로부터 긍정적 반응이 오자 백남준은 1 다음에 숫자 0을 길게 늘이는 재치 있는 감사의 답신을 보내며 파리에선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시켜달라고 말한다. 전 세계 유명전위작가와 예술비평가들도 백남준에게 지지를 보냈다.

백남준과 같이 공연하던 샬럿 무어먼 경찰에 체포되는 사진

빈털터리인 백남준은 더 적극적으로 변호사 비용을 얻기 위해 1968년 뉴욕타운 홀에서 '재판기금모금연주회'를 열었고, 백남준은 누이를 통해 알게 된 가야금연주자 황병기씨를 뉴욕까지 불러내 연주하게 했다. 황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한복을 입고 연주했는데 샬럿은 비키니를 입고 자루를 들락날락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단다.

미국법원은 이 해프닝이 외설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백남준의 말을 받아들여 샬럿에게 유예판결이 내리자, 뉴욕예술계는 환호하며 이 법적 투쟁의 두 승자를 축하해줬다. 그 이후 그녀는 '토플리스 첼리스트'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 분야의 아이콘으로 행위예술의 '잔 다르크' 아니 '자유의 여신'이 되었다.

백남준은 이렇게 청교도 전통으로 성에 강박관념이 심한 미국사회의 촌스러움을 걷어낸다. 나중에 이 사건에 대해 "난 검은 옷을 차려입고 음악을 연주하는 성이 제거된 남녀의 고인돌 같은 분위기를 휘저어놓고 싶었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백남준이 이런 해프닝을 도발한 건 성적 억압을 일삼는 기존사회의 통념을 깨는 예술적 교란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문필가 'G. 바타이유(1897-1962)'도 "성(에로티시즘)은 죽음 속에서도 삶을 찬양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지만 성 혹은 에로티시즘은 생사의 넘어 인류의 영원한 주제이자 인간이 추구할 행복의 근간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