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Beautiful. Strange. Dirty)》] 국제갤러리 K2, K3 국제갤러리 에서 2019년 11월 28일(목) – 12월 31일(화)까지 “늘 낮은 자세로 경험하고,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여, 이해한 만큼을 그리고자 한다.” – 문성식 젊은 유망 화가 문성식 전이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네요
독특한 회화적 세계를 구축한 문성식의 개인전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 (Beautiful. Strange. Dirty)》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1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자 다수의 신작들을 포함한 작가의 4년 만의 개인전이라 더욱 의미 있다. K2 1층과 K3 두 전시장에 걸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초기 회화에서 벗어나 드로잉 매체에 새롭게 접근, 전통과 현재, 동양과 서양을 잇는 고유한 정체성을 추구하고자 시도하는 신작들로 구성된다.
문성식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끌림’이다. 태생적으로 인간사와 주변 만물을 연민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작가는 과슈, 유화물감, 젯소, 연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드로잉 연작들을 통해 근원적인 끌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직접 고안해낸 스크래치 기법을 처음 선보이는 <그냥 삶>(2017-2019) 회화 연작, <장미와 나>(2017), <만남>(2018), <물의 조각>(2019),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2019), <끌림>(2019) 연작들을 포함하는 채색 드로잉, 그리고 유화 바탕을 연필로 긁어 그린 <그저 그런 풍경>(2017-2019) 연작으로 구성된 유화 드로잉의 세 작품군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이 중 10여 점으로 구성된 <끌림> 연작은 작가가 매스컴을 통해 접한 이산가족들의 이별 장면 중 특히 손의 모습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작업으로, 예정된 이별을 앞둔 절박함과 나약한 생명에 내재한 강한 끌림을 표현하고 있다. 24점으로 구성된 과슈 드로잉 연작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본능적 끌림’에 의해 뒤엉킨 남녀의 신체를 묘사하고, 마찬가지로 24점의 과슈 드로잉 연작 <물의 조각>은 목련의 실루엣을 형상화함으로써 물을 머금은 식물이 자아내는 다양한 형태와 이를 통해 생명의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또한 60여 점으로 구성된 <그저 그런 풍경>은 미색의 유화를 연필로 긁어낸 드로잉 작품으로 오늘날 한국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 풍경과 이를 구성하는 연약한 생명들의 미동을 읽을 수 있다.
전시 제목인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의 출발점이 된 장미 연작 <그냥 삶> 역시 사람이나 곤충이 꽃에 이끌리는 근원적 ‘당김’에 관심을 갖고 시작한 작품으로 이번 개인전을 통해 처음 선보인다. ‘자연의 섭리에 대한 명상’인 이 연작은 동양화(매화)의 구도를 차용하는 동시에 벽화의 질감을 표방하는 현대적 재료를 사용하여 시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여기서 새로운 비전이란 장미의 상징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복잡미묘함과 추함을 함께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의 세 층위로 이루어진 인간사 혹은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에 대한 ‘원형’으로서의 장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는 15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벽화,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 등에서 영감 받았다. 그리고 인간 의지의 흔적과 생명력이 고스란히 고착된 느낌을 부여하고자 검은 바탕에 젯소를 바른 후 날카로운 도구로 이를 긁어 떼어냄으로써 의지와 우연이 혼재된 선을 얻어내고 과슈로 채색해 완성했다. 이 “두꺼운 드로잉” 작업에서 더 이상 회화와 드로잉의 구분은 의미 없으며, 단지 긁는 행위가 대변하는 ‘의지’와 떨어지는 파편들이 보여주는 ‘우연’이 공존할 따름이다.
“늘 낮은 자세로 경험하고,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여, 이해한 만큼을 그리고자 한다”는 작가에게 드로잉은 시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이를 이해하여 흡수하며, 자기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도구로 사용된다. 전통적인 서양 미술사에서 드로잉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작가는 동양화의 정서를 전달하는 선이라는 요소가 작가 자신의 행위를 만난 결과 드로잉이 현대적인 장르 중 하나로 발전할 가능성을 믿어왔다.
이러한 생각은 과거 전시에서도 꾸준히 표현되어 왔다. 2006년 첫 개인전에서 다큐멘터리 같은 섬세한 풍경 회화와 서정시 같은 연필 드로잉을 선보인 반면, 2011년 국제갤러리 개인전과 2013년 두산갤러리 개인전을 거치며 드로잉을 둘러싼 이런 간극을 좁혀 나가려 시도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터키 등지를 여행한 2013년이 기억과 성찰이 맞닿은 곳에서 자전적, 수행적인 태도로 실험을 거듭하던 작가 자신에게 중요한 변화의 계기였다고 한다. 주관적 기억을 현재로 소환해 색다른 비전을 제시하는 데 몰두하는 대신 매스컴과 인터넷에서 수집한 소재로 ‘연약한 존재들에 대한 연민’ 같은, 보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오늘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시도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평범한 인간 삶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연필 드로잉에서 유화 드로잉, 채색 드로잉으로 매체의 영역까지 확장하고자 시도했다.
평범한 일상사를 세필로 표현하는 문성식의 작업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보편적 풍경에 개인적 감각과 감성을 부여한다. 이는 단순히 기억을 저장하는 게 아니라 ‘사실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 사이의 정도(正道)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결과물이다. 사실적인 것이 문성식의 기억과 현실의 기록이라면, 회화적인 것은 작가 자신과 전통과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다. 문성식이 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도 ‘아시아의 옛 그림들이 현대화 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다. 대부분의 미술사가 서양 문화에 근간을 둔 서양 미술사가들에 의해 쓰여졌고 동양적인 회화 전통이 단절된 사실을 감안할 때,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오늘날의 한국을 살아가는 그가 동양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잇는 독창적인 방법론을 갈구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다양한 출처의 양식을 참고하고, 회화와 드로잉 장르의 구분에 의구심을 갖고 그 경계에 도전하는 것은 새로운 화면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작가소개
문성식은 198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수학했다. 그는 2005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개인전으로 키미아트 《바람없는 풍경》(2006), 국제갤러리 《풍경의 초상》(2011), 두산갤러리 《얄궂은 세계》(2016)가 있으며, 그 외에 국제갤러리 《On Painting》(2007), 체코 프라하비엔날레 《회화의 확장》(2009), 독일 보훔미술관 《유사한 차이》(2010), 이탈리아 몬차 지오바니 비엔날레 《Serrone》(2011), 하이트컬렉션 《풍경》(2012), 대구미술관 《풍경표현》(2017), 금호미술관 《B컷 드로잉》(2017) 등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에도 참여하였다. 그의 작품은 리움 삼성미술관, 두산아트센터, 하이트컬렉션, 소마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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