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2025년 6월 5일(목)–2025년 7월 20일(일) 전시장소: 국제갤러리 K1, K3
국제갤러리는 오는 6월 5일부터 7월 20일까지 K1과 K3에서 그룹전 《Next Painting: As We Are》를 개최한다. 젊은 작가 여섯 명의 회화를 통해 ‘회화 이후의 회화’, 즉 도래할 ‘다음 회화’를 가늠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에는 고등어, 김세은, 유신애, 이은새, 전병구, 정이지가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1980년대 초ᐧ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이다.
고등어(b. 1984)
〈Room tone_그 뱀이 허물을 벗었다.〉2025Oil on canvas
162.2 x 130.3 cm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김세은(b. 1989) 〈타면 나타나는 굴〉2025
Water mixable oil on canvas
200 x 230 x 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정이지(b. 1994)〈Secco 3〉2025
Oil on canvas60.4 x 9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의 미디어 환경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며 성장했으며,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동시대의 속도감과 몰입감을 요구하는 이미지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포착하는 한편, 가장 오래된 매체인 회화의 물질성과 역사성에 대해 각기 다른 관점으로 응답한다.
전시는 작가들이 포착하는 이미지의 특성과 회화적 물성을 어떻게 교차시키는지 주목하며, 이미지 과잉 시대에 회화가 확보할 수 있는 비판적 위치를 드러낸다. 또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한 작가들의 이미지 경험이 사물ᐧ물질로서의 회화와 충돌ᐧ융합되는 지점을 제시함으로써, 앞으로도 회화가 굳건히 독보적인 이미지 경험과 감각을 촉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전시는 앞으로 도래할 ‘다음 회화’가 디지털 이미지의 쏜살같은 가속도를 거스르며, 느린 속도의 감각 경험과 물질적 실체로서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담지할 것임을 주장한다.
“오늘날 많은 이미지는 세계를 기록하지도 않고 세계를 탈실재화하지도 않는다”¹는 핼 포스터의 지적처럼, 오늘날 이미지는 실재에 충실하기보다는 시선을 압도하는 효과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범람하는 바이럴 이미지들은 알고리즘이나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서 다시 현실을 재구성한다.
현실이 이미지의 프로토콜에 맞춰 재조정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난처한 상황에서 이미지가 생성-유통-소비되는 속도는 회화가 지닌 고유한 시간성ᐧ물질성과 불가피하게 충돌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속도가 기준이 되어버린 디지털 환경과 회화 매체 특유의 느린 시간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이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작업 속에서 표출되는 방식에도 주목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회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이미지의 가상성과 물질성의 대립은 중요해 보인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촉발한 이미지 과잉은 예술의 생산ᐧ유통ᐧ소비 방식 전반을 뒤흔들었다. 온ᐧ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쏟아지는 이미지 스트림에 상시 노출되고, 또 이 과잉 속에서 가상과 실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며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이미지의 가상성과 물질성은 대립하지만, 동시에 가상성은 물질성을 참조ᐧ모방하며 ‘마치 물질처럼’ 작동한다.
이미지의 가상성은 이것이 단지 물질적 제약에서 벗어나 있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마치 물질적인 것처럼 가장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상성은 물질성과 대조될지라도 물질성을 항상 참조한다는 점에서 물질성에 의존적인 속성이다.² 밀레니얼 세대의 회화는 디지털 이미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만, 우리에게 제시되는 작업의 최종 귀결은 여전히 물리적 사물이자 형상이다.
동시대 이미지는 어떠한 이미지도 그 참조점이 될 수 있고, 어떠한 이미지로부터 출발하여 어떠한 이미지 상태가 된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회화는 확실히 거대한 물질적 제약이 전제되어 있는 도전이다.
전병구(b. 1985) 〈무제〉
2024Oil on canvas35 x 28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유신애(b. 1985) 〈Innovation in Exploitation〉
2025 Oil on linen canvas 194 x 112.1 x 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은새(b. 1987)〈Grapes〉2025Oil on canvas
60 x 80 cm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작가 소개>
고등어(b. 1984)는 일상에서 지각하는 감각과 사건을 모호하면서도 낯선 이미지의 화면으로 재구성한다. 오랫동안 신체에 대한 감각과 인식을 단단한 연필선으로 빼곡히 눌러 담아 밀도 있는 표현을 해온 고등어는, 약 4-5년 전부터 작업을 드로잉으로 한정하지 않고 물감을 활용한 본격적인 회화 작업에 몰두해오며 회화의 물성을 통해 장면을 한층 구체적이고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가능성을 타진한다.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매년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들을 모아 기획하는 전시 《젊은 모색》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였다. 에이라운지(2021, 서울),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2017,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웨스트 덴 하그(2023, 헤이그), 아트스페이스 보안(2022, 서울),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2021, 서울), 인천아트플랫폼(2016, 인천) 등에서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김세은(b. 1989)은 새로운 도시 계획 발표로 끊임없이 변모하는 도시 공간을 시지각적이면서도 신체적인 경험으로 포착해 주로 대형 캔버스에 담아 왔다. 작가는 시간에 따라 인위적으로 변형되는 환경을 회화로 표현하는 방법을 고심하였는데, 특히 터널 속으로 진입하는 신체 경험에 집중한 작품은 동시대 풍경이 더 이상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몸 전체를 감싸는 감각적 외피임을 보여준다.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사, 영국왕립예술대학에서 회화 석사를 졸업하였다. 두산갤러리(2022, 서울), 금호미술관(2020, 서울), 원앤제이 갤러리(2019, 서울)와 말보로 갤러리(2018, 런던)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뮤지엄헤드(2023, 서울), 두산갤러리(2021, 서울), 아트선재센터(2018, 서울), 하이트컬렉션(2017, 서울)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유신애(b. 1985)는 자본주의 체제의 소외ᐧ종속의 문제와 기계ᐧ기술ᐧ영성ᐧ신체 등에 대한 동시대적 관심사를 유려한 서사로 엮는 회화ᐧ조각ᐧ영상 작업을 전개해 왔다. 그는 하이퍼미디어 시대에 회화야말로 ‘진짜 오브제’의 감각을 일깨우는 매체라고 본다. 영상에 비해 회화는 느리고, 손으로 빚어지며, 직접 만질 수 있는 물질을 지니기 때문에 일종의 ‘현실성’을 상징하고, 작가는 이러한 특성을 살려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고전적 화풍을 추구한다.
스위스 베른 응용과학대학교 현대미술과를 졸업한 후 유럽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두산갤러리(2024, 서울), 현대미술센터 퓨츄라(2019, 프라하), 쿤스트하우스 랑겐탈(2016, 랑겐탈)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4, 서울), 핑산미술관(2023, 선전), 쿤스트할레 베른(2018, 베른) 외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 2회 프리즈 서울 포커스 아시아 스탠드 프라이즈(2023)와 스위스의 주요 미술상인 애슐리만 코티 어워드(2016)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23 년 제 14회 두산연강예술상 미술 부문의 수상자이다.
이은새(b. 1987)는 미디어가 일상적으로 대상화하는 인물과 사건을 비판적으로 응시하며, 획일적 서사를 넘어서는 회화를 모색해 왔다. 작가는 지난 몇 년간 네덜란드에 체류하며 낯선 상황에 놓일 때마다 사물에 대해 깊이 이해하거나 연결감을 느끼는 대신 표면만 인식하며, 스스로가 표류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이때부터 얼룩, 오해, 타박상, 상처, 흔적 또는 엎질러진 부스러기, 남은 음식 등 표면에 부딪히거나 미끄러진 모든 흔적을 수집해 회화로 옮기고 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취득했다. 일민미술관(2021, 서울), 갤러리2(2020, 서울), 대안공간 루프(2018,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리움미술관(2024, 서울), 아트선재센터(2022, 서울), 국립현대미술관(2019, 과천)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병구(b. 1985)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익숙하면서도 사뭇 낯선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여 회화 화면으로 옮겨 온다. 그는 최근 시간을 들여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는 유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시간이 축적된 레이어를 통해서 한 순간의 감정을 영원히 고정된 듯한 물질적 시간으로 구현한다. 더불어, 작가는 더 긴 시간 레이어를 쌓아 올릴수록 회화의 대상보다는 그 대상을 바라본 순간과 자신의 주체적인 감각에 보다 집중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였다. 이유진갤러리(2023, 서울), OCI미술관(2018, 서울),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17,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3, 서울), 인천아트플랫폼(2018, 서울), 하이트컬렉션(2016,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정이지(b. 1994)는 회화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 직접 본 풍경이나 사물은 물론 주변 인물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그의 회화는 스냅 사진에서 출발하되 캔버스 화면 위에서 경쾌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붓질과 단단한 완성도를 추구하여 회화적 진정성에 닿고자 한다. 과감한 프레이밍이나 극대화된 스케일을 곧잘 사용하는데, 기교를 배제한 담백하면서도 단단한 붓질을 통해서 작가의 솔직한 정서를 드러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에서 예술사와 전문사과정을 졸업했다. 주요 전시로는 상업화랑(2021, 서울), 어쩌다갤러리2(2019, 서울)에서의 개인전, 디스위켄드룸(2022, 서울), 하이트컬렉션(2021, 서울) 등에서의 단체전이 있다. 글/ 이성휘(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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