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 ‘2024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보관 문화훈장 수훈] 시상식 일정 및 장소: 2024년 10월 25일(금) 오후 2시 서울 모두예술극장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올해 보관 문화훈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024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문화훈장’ 수훈자 15명,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수상자 5명,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체부 장관 표창)’ 수상자 8명,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문체부 장관 감사패)’ 수상자 3명 등 총 31명을 선정해 오늘 10월 25일 발표했다.
문체부는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우고 국민 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1969년부터 매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를 선정해 포상하고 있다. 특히 ‘문화훈장’은 금관, 은관, 보관, 옥관, 화관 총 5등급으로 분류되며, 그중에서도 김윤신 작가가 받는 ‘보관 문화훈장’은 해당 분야의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자에게 주어진다. 문체부는 특히 “김윤신 작가는 1970년대 한국여류작가회 설립을 주도하고, 아르헨티나, 미국, 스페인, 멕시코 등 전 세계를 무대로 전시 활동을 펼치며, 아르헨티나에서의 김윤신미술관 개관, 베니스비엔날레 제 60회 국제미술전 참여 등으로 한국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의 역대 보관 문화훈장 수여자로는 소설가 故박경리(1992년),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영화감독 이창동(2002년), 가수 조용필(2003년), 영화감독 박찬욱(2004년), 영화감독 봉준호(2013년) 등이 있다.
김윤신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지금의 북한 원산에서 태어났다. 1959년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196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수학했다. 이후 1969년 귀국한 작가는 약 10여 년간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74년에는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설립을 주도하는 등 여성 조각가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기도 했다. 1983년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 김윤신은 그곳에서 야생의 자연과 탁 트인 대지, 그리고 해당 지역의 굵고 단단한 나무에 매료되어 그 다음 해에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를 결심했다. 아르헨티나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김윤신은 이후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머물며 오닉스와 준보석 등 혹독한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새로운 재료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갔다. 2008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윤신미술관(Museo Kim Yun Shin)을 개관했으며, 지역사회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에 김윤신의 상설전시관이 설립되기도 했다. 작가는 2023년 초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작업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국내 첫 국·공립 개인전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를 통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국제갤러리, 리만머핀과 공동 소속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본전시 《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를 비롯해 국제갤러리 개인전 《Kim Yun Shin》, 이응노미술관 개인전 《김윤신-아르헨티나에서 온 편지》, 서울 아르코미술관 단체전 《ZIP》에 참여하는 등 올해만도 국내외를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 分一)〉은 김윤신의 조각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작품 제목이다. 둘을 합하여도 하나가 되고, 둘을 나누어도 하나가 된다는 이 문구는 작가에게 작업의 근간이 되는 철학이자 삶의 태도이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고, 그렇게 만난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의 또 다른 하나가 되는 역학의 반복은 곧 작가가 작업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조각 재료인 나무와 작가가 하나가 되며 ‘합(合)’을 이루고, 그러한 합치의 과정은 나무의 단면을 쪼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여러 ‘분(分)’의 단계들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물로서 비로소 또 하나의 진정한 ‘분(分)’, 즉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나아가 작가는 2000년경부터 나무 조각의 표면을 채색하기 시작했고, 이는 ‘회화 조각’으로 명명한 조각군으로 발전했다. 최근 자주 선보인 〈노래하는 나무〉 연작은 브론즈나 알루미늄 등으로 캐스팅한 뒤 그 표면을 아크릴로 채색한 작품으로, 같은 형태의 조각들이 서로 다른 음색으로 노래하는 것처럼 다채로운 색을 입고 있다. 남미의 목재와는 다른 한국 나무만의 특성에 착안해 작가는 목조각을 금속으로 캐스팅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 방법론을 응용해 다양한 목재를 기반으로 금속 주조 조각을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김윤신의 도전적 시도는 지금껏 작가만의 고유한 삶과 커리어를 견인해왔다.
작가는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 작업에도 매진하는데, 캔버스에 자연을 합일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특유의 예술철학을 일관되게 담아낸다. 남미의 대지가 지닌 뜨거운 생명력에 영감 받아 제작한 〈내 영혼의 노럿와 〈원초적 생명력〉 연작 등은 영원한 삶의 나눔, 그 내면에 뿌리 깊게 자리한 생명력의 본질을 다양한 색상 및 파장의 선과 자유분방한 면으로 표현한다. 한편 얇게 쪼갠 나무 조각에 물감을 묻혀 선을 하나하나 찍어낸 〈지금 이 순간〉 연작은 찰나와 시간, 속도감을 전하며 생태에 대한 근원적 감각을 일깨운다. 재료에 대한 존중과 매체에 열린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김윤신은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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