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시카고 아트클럽에서 개인전 《양혜규: 평평한 작업》 개최 //전시 제목: 《양혜규: 평평한 작업Haegue Yang: Flat Works》 / 전시 기간: 2024년 9월 18일(수) – 12월 20일(금) / 전시 장소: 미국 시카고 아트클럽The Arts Club of Chicago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시린 갈기 직조 넋눈 – 황홀망恍惚網 #236 Icy Mane Woven Soul Eyes – Mesmerizing Mesh #236〉 2024 Hanji, washi, origami paper on alu-dibond, framed 62 x 62 cm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양혜규 스튜디오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저의 사고 체계 내에서 ‘평면성flatness’은 언제나 우발적인 것과 의식적인 것의 혼합hybrid으로 귀결되어 왔습니다. 평면성은 모더니즘이 장르지향적으로 이해해온 ‘입체성dimensionality’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보다 다양한 관점들을 포용하고 내포하기 위해 조각적인 공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평면성이란 무한히 접고, 자르고, 붙이고, 겹겹이 쌓는 것입니다.” – 양혜규
“그러한 의미에서 양혜규의 평면 작업들은 전혀 평면적이지 않은데, 공간이 압축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공간의 깊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양혜규에게 있어서 ‘평면화flattening’는 ‘추상화의 동의어’이며, 이렇게 추상을 성취하는 과정은 여러 차원을 넘나들며 현대 사회에서 지식을 이해하고 해체하는 방식에 침투하고 이를 분해한다.” – 오리아나 카치오네¹
〈첨벙첨벙 화산재 응시 – 황홀망恍惚網 #140 Splashing Volcano Ash Gaze – Mesmerizing Mesh #140〉 2022 Hanji on alu-dibond, framed 62 x 62 cm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양혜규 스튜디오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현대미술가 양혜규는 오는 9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시카고 아트클럽The Arts Club of Chicago(이하 ACC)에서 지난 30여 년간 천착해온 평면 작업을 조망하는 개인전 《양혜규: 평평한 작업Haegue Yang: Flat Works》을 북미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엄선된 주요 평면 작업들을 대거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에 걸친 철학과 평면 작업 간의 맥락을 짚으며, 양혜규의 평면 작업에 대한 학구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ACC는 1916년에 설립된 이래 세계 미술 동향을 선보이는 미국의 주요 전시를 개최하며 전세계 중견 및 신진 작가와 공연 예술가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예술가와 후원자를 대상으로 멤버십을 제공하고 대중들과 전시의 형태로 소통하는 등 ACC는 지난 한 세기 이상 “보다 높은 수준의 예술 감성을 고취하고 예술 애호가와 예술부문 종사자들간의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는” 설립 취지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산산 덥수룩Hairy Shatters〉2023Chipboard, wood varnish, wig, chains, dust, insect, hair35 x 25 x 2 cmCourtesy of the artist사진: 양혜규 스튜디오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비非–접기 – 기하학적 넘어뜨리기#15Non-Folding – Geometric Tipping #15〉2013Spray paint on paper142.6 x 102.6 cm Courtesy of the artist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혜규: 평평한 작업》은 총 7종의 연작에서 엄선한 5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건축 자재상 콜라주Hardware Store Collages〉, 〈래커 회화Lacquer Paintings〉, 〈비非–접기Non-Foldings〉, 〈신용양호자들Trustworthies〉, 〈벽지Wallpapers〉, 〈향신료 판화Spice Prints〉 및 〈야채 판화Vegetable Prints〉 그리고 전세계 무속 전통에 사용되는 종이 무구(巫具)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종이 콜라주 작업 〈황홀망恍惚網Mesmerizing Mesh〉 등 주요 평면 작업을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그동안 평면 연작들이 작가의 주요 전시에서 블라인드 설치와 금속 방울을 활용한 〈소리 나는 조각Sonic Sculptures〉 등의 설치물과 함께 부수적으로 보여진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평면 작업만을 독자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혜규: 평평한 작업》은 그동안 2차원의 평면 작업들이 일구어낸 다채로운 영향을 면밀히 고찰하고, 이를 통해 작가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동시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양혜규는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가는 꾸준히 평면적 매체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으며, 이는 작가 작업세계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독자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입체적인 세계를 평면의 이미지로 ‘압축’하는 작가만의 ‘평면성’은 접혀지고 축약되었으나 다시 펼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내부에 상당한 유무형의 공간을 품고 있다. 평면성과 입체성을 아우르는 고유한 인식은 전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작들의 근간이 된다. 평면성에 대한 탐구의 미학은 미니멀하고 소박한 것에서부터 화려하고 흡입력 있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결로 펼쳐진다.
〈신용양호자 터번 #165Trustworthy Turban #165〉
2012Various security envelopes and graph paper on cardboard, framed
102.2 x 72.2 cmCourtesy of the artist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혜규: 평평한 작업》은 지금까지 꾸준히 이루어진 평면성에 대한 탐구의 결과를 기념함과 동시에 그 과정을 증명한다. 이번 전시에 연작으로 언급된 7종의 작업군 중에는 이제는 작가가 더이상 생산하지 않거나 반대로 여전히 활발히 진행 중인 작업군도 있으며, 마지막 8번째 장은 평면성을 지향하되 매체나 방법론으로는 묶일 수 없는 작품들을 다룸으로써 평면성의 개념을 보다 깊이 재고하게 한다. 즉 이번 전시는 최근작을 통해 현재진행형인 양혜규의 ‘평면’ 프로젝트의 현주소를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당시 팔라초 볼라니Palazzo Bollani에서 열렸던 병행전시 《플래닛 B: 기후 변화 그리고 새로운 숭고Planet B: Climate Change and the New Sublime》에서 작가는 ‘벽지’ 작업 〈주문呪文 – 휘감기, 인고 그리고 멸종Incantation - Entwinement, Endurance and Extinction〉(2022)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 작품은 이번에 ACC의 계단실로 들어가는 유리로 된 입구 전면에 설치되어 있다. 특히 해당 벽지 작품은 지난 1995년 철거된 후 1997년 ACC 재개관 때 복원된 전설적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부유하는 계단과 중첩되어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당시 ACC는 문제의 계단을 지상층의 전시장과 2층의 도서관 및 강연실 사이를 잇는 새 건물의 중심축으로 상정하는 등 이 건축적 유산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관객이 마주하게 되는 목재 구조물 또한 시카고의 세계적인 근대 건축 유산의 위대함에 대한 작가의 논평으로 읽힌다. 〈황홀망〉 연작은 물론 관련 자료의 전시를 위해 고안된 이 구조물은 철골, 유리와 같은 서구의 근대적 건축 재료로 이루어진 공간 안에 아시아 건축의 전통 재료인 목재를 중첩시켰고 동시에 일반적으로 평면 작업을 벽에 걸어 전시하는 방식을 탈피한다. 작가의 가장 최근 평면 프로젝트인 〈황홀망〉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출판물과 연구 과정에서 발굴한 주요 자료들이 각목으로만 구성된 해당 구조물에 진열된다.
〈먹거리 두폭화 – 메이디야 마트, 겐팅 가든사, 샐러드 로얄, 176 g, 169 gEdibles Diptych – Meidi-Ya, Genting Garden, Salads Royale, 176 g and 169 g〉2021Vegetable pressed on paper2 parts, each 91.5 x 57.5 cmCourtesy of the artist and STPI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는 ACC의 전무이사 겸 수석 큐레이터 재닌 밀리프Janine Mileaf의 기획 및 스마트가(家) 재단을 비롯한 개인 후원자들의 아트 클럽 앰비션 기금Arts Club Ambition Fund 지원으로 실현되었다.
한편 2024년 10월 10일 저녁에는 세계적인 음악가 크리스 와일드Chris Wild와 메이벨 콴Mabel Kwan이 한국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의 피아노와 첼로 작품을 연주하는 콘서트와 음악학자 라이언 도허니Ryan Dohoney의 사전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수 년간 윤이상을 연구해온 양혜규는 이번 행사에서 텍스트 작업 〈융합된 분산의 연대기 – 뒤라스와 윤A Chronology of Conflated Dispersion – Duras and Yun〉(2018)을 유인물 형태로 배포할 예정이다.
전시를 기념하여 스키라 출판사Skira Editore는 96페이지 분량의 전면 도판 삽화가 삽입된 하드 커버 도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오리아나 카치오네Orianna Cacchione의 평론과 이번에 출품되는 7종의 연작과 기타 작업을 아우르는 주석 및 색인이 포함될 도록의 디자인은 시카고 독립 그래픽 디자이너 데이비드 칸-조르다노David Khan-Giordano가 맡았다. 이는 작가의 평면 작업을 포괄하는 최초의 출간물로 앞으로 평면 작업을 연구하는데 주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서울 국제갤러리가 『양혜규: 평평한 작업』의 출간을 지원하였으며, 뉴욕과 멕시코시티의 쿠리만주토Kurimanzutto, 그리고 베를린의 바바라 빈 갤러리Barbara Wien도 함께 지원했다.
양혜규 작가 프로필 이미지사진: Cheongjin Keem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작가 및 큐레이터, 필자 소개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혜규는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학교 슈테델슐레Die Staatliche Hochschule für Bildende Künste – Städelschule에서 수학하였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모교에서 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종이 콜라주, 수행적 조각, 그리고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감각적인 설치 작품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양혜규의 작품은 유사점이 없는 역사나 전통을 독창적인 시각적 언어로 이어낸다. 건조대에서 블라인드, 한지, 인조 짚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공예 기법과 재료로 그에 내재된 문화적 특성을 활용한다. 시각을 넘어 지각을 활성화하는 다감각적이고 몰입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양혜규는 이를 통해 노동, 이주 등의 문제를 미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양혜규는 2018년 루트비히 미술관에서 수여하는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과 2022년 싱가포르 비엔날레에서 제13회 베네세 상Benesse Prize을 수상하였다. 헬싱키 미술관(2024), 캔버라 호주 국립미술관(2023), 겐트 시립현대미술관(2023),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2023), 코펜하겐 국립 미술관(2022),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2020), 뉴욕 현대미술관(2019), 마이애미 배스 미술관(2019),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2018), 파리 퐁피두 센터(2016), 서울 리움미술관(2015),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2011), 그리고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2009) 등 전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현재 일본 나오시마에 위치한 마타베에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과의 2인전 《불의 고리 – 일간日間 양혜규, 월간月間 아피찻퐁 위라세타쿤Ring of Fire – Solar Yang & Lunar Weerasethakul》이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영국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대규모 서베이 개인전 《양혜규: 윤년Haegue Yang: Leap Year》을 앞두고 있으며, 《제3회 라호르 비엔날레: 산과 바다로부터》에도 신작을 출품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 및 큐레이팅을 맡은 재닌 밀리프Janine Mileaf는 ACC의 전무이사 겸 수석 큐레이터이다. 그녀는 세계 1, 2차 대전 사이 이른바 전간기(戰間期) 시대 아방가르드 연구자이며, 이전에 스와스모어 칼리지Swarthmore College의 부교수로 재직하였다. 『Please Touch: Dada and Surrealist Objects After the Readymade』(2010)의 저자로서 수잔 로센Susan Rossen과 공동으로 ACC의 역사와 시카고 초현실주의를 다루는 부분을 엮은 바 있다. 2012년 부임한 이래로 ACC에서는 이제까지 커스틴 브랏쉬Kerstin Brätsch, 페드루 카브리타 레이스Pedro Cabrita Reis,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Abraham Cruzvillegas, 수잔 잭슨Suzanne Jackson, 제니 C. 존스Jennie C. Jones, 재니스 커벨Janice Kerbel, 샤론 록하르트Sharon Lockhart, 조시아 매켈러니Josiah McElheny, 로만 온닥Roman Ondak, 데이비드 살레David Salle, 에이미 실먼Amy Sillman, 사이먼 스탈링Simon Starling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개인전을 기획한 바 있다.
이번 전시 큐레이터이자 도록 필자인 오리아나 카치오네Orianna Cacchione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산타바바라 부속 미술관Art, Design & Architecture Museum at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에서 부관장이자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그녀의 학예연구는 현대미술의 범주를 확장하여 예술과 아이디어의 전세계적인 흐름에 응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카치오네는 시카고 대학교의 부속 미술 기관인 스마트 미술관Smart Museum of Art에서 세계현대미술 큐레이터와 동 대학 미술사학부 강사를 역임했다. 같은 시기에 세계적인 미술사가 크리스틴 메링Christine Mehring 교수와 공동기획한 전시 《Monochrome Multitudes》를 통해 양혜규와 협업하였고, 대형 벽걸이 조각 작업 〈솔 르윗 뒤집어 걸기 – 20배로 확장된, 모듈 벽 구조물Sol LeWitt Upside Down onto Wall – Modular Wall Structure, Expanded 20 Times〉(2022)을 커미션해서 약 1년 간 미술관 로비에 장기적으로 전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삼손 영Samson Young, 탕 창Tang Chang 등의 주요 개인전을 기획하였고 스마트 미술관에 몸담기 전에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의 동아시아 현대미술 담당 부서에서 학예연구 펠로우십에 참여하며 동시대 동아시아 컬렉션을 확장하는데 일조했다. 카치오네는 중국 현대미술 전공자로서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디에이고에서 미술사, 이론 및 비평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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