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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양혜규] 헬싱키(Helsinki) 미술관, 개인전 '양혜규: 지속 재연'

[1] 핀란드 헬싱키 미술관에서 개인전 양혜규: 지속 재연개최 [2] 아일랜드 코크 국립조각공장에서 커미션 조각 위대한 망각공개 [3] 202410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개인전 양혜규: 윤년개최 [4] 지난 113일과 4, 뉴욕 퍼포마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구겐하임 미술관 내 극장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성황리에 상연 [5] 12월 초, 치앙 라이에서 열리는 타일랜드 비엔날레 참가 [6] 국내 작가로는 유일하게 독일의 경제지 캐피탈이 발표한 세계 100대 미술가로 선정 [7] 아트리뷰ArtReview가 발표한 2023 파워 10071위로 선정

2023년 하반기에 국제적인 미술 기관에서 개최하는 한국의 현대미술가 양혜규의 주요 활동과 2024년 전시 소식을 공개한다. 먼저 1124일부터 작가의 핀란드 첫 개인전인 양혜규: 지속 재연이 헬싱키 미술관에서 열린다. 두 개의 대형 조각군인 손잡이(2019)전사 신자 연인 가청화(2023)를 중심으로 반복과 재연의 개념에 대한 탐구를 이어 나가는 이번 전시는 올해 초 벨기에 겐트에서 개최된 개인전 양혜규: 몇몇 재연의 순회전이다.

또한 작가는 지난 9월 아일랜드 코크 국립조각공장에서 의뢰한 네온 조각 신작 위대한 망각(2023)을 공개, 2024923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최근 런던의 주요 미술관 헤이워드 갤러리는 2024년 전체 전시 일정과 함께 10월에 열리는 양혜규의 개인전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한편 작가는 지난 113일과 4, 뉴욕 퍼포마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구겐하임 미술관 내 극장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상연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12월 초 치앙 라이에서 열리는 타일랜드 비엔날레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양혜규는 독일의 경제지 캐피탈(Capital)이 올해 11월 호에 발표한 쿤스트콤파스 세계 100대 미술관에 93위로 선정, 작년에 이어 한국작가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작가는 또한 영국의 저명한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가 발표한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2023 파워 10071위로 선정되었다.

1. 핀란드 헬싱키 미술관Helsinki Art Museum에서 개인전 양혜규: 지속 재연개최전시 제목: 양혜규: 지속 재연전시 기간: 20231124() 202447(전시 장소: 핀란드 헬싱키 미술관Helsinki Art Museum웹사이트: https://www.hamhelsinki.fi/en/exhibitions/haegue-yang/

헬싱키 미술관Helsinki Art Museum20231124일부터 202447일까지 작가의 핀란드 첫 개인전인 양혜규: 지속 재연Haegue Yang: Continuous Reenactments을 개최한다. 지속 재연은 지난 9월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S.M.A.K.에서 막을 내린 양혜규: 몇몇 재연Several Reenactments의 순회전으로, 특유의 기술적 탁월함이 드러나는 다채로운 조각군을 2개의 구 테니스 홀로 이루어진 대형 전시실에서 보다 큰 규모로 심도 있게 소개한다.

음향적, 퍼포먼스적 요소를 활용해 전시장을 하나의 무대로 탈바꿈함으로써 작가는 반복과 재연의 개념에 대한 탐구를 이어 나간다. 전시 전체에서 작품들은 대칭 및 비대칭의 쌍을 이루는가 하면, 서로 보완적 관계를 이루는 관계적 구조 안에 놓이는 등 작품 자체의 내용이나 주제를 넘어 전시 문맥에서 면면히 강조하는 이중화doubling, 반사mirroring, 반복reiterating의 개념을 고찰한다. 추상과 구상, 가사성domesticity과 공공성 등 상반되어 보이는 개념을 짝짓고 병치함으로써 쉽게 분리될 수 없는 긴밀하고 통합적인 상호 연결된 관계들을 드러낸다.

양혜규: 지속 재연 설치전경 헬싱키 미술관, 2023 사진: Kirsi Halkola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공통적으로 양혜규 작가의 특징적 소재로 꼽히는, 금속 방울을 주재료로 하고 있는 대형 조각군인 손잡이Handles(2019) 전사 신자 연인  가청화Warrior Believer Lover  Version Sonic(2023)는 각각 남쪽 홀과 북쪽 홀을 차지하며 단연 이번 전시의 이중의 축을 이루고 있다. 각각의 대형 전시장은 이브 클랭 청색과 산화된 토양을 상징하는 색인 산화철 적색이라는 두 가지 모노크롬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남쪽 홀의 한 벽면은 다양한 지역의 건물 외벽이나 바닥에 흔히 쓰이는 붉은색으로 칠해졌다. 작가가 의사擬似-산화철 적색Quasi-Iron Oxide Red(2023)으로 명명한 이 색상은 지구 각지의 산화된 토양에서 발견되는 어두운 적색 계열의 전통적 천연 염료를 지칭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대부분 화학적 페인트로 대체된 투스칸 적색, 스패니시 적색, 페르시아만 적색 등의 전통적인 염료는 이 전시에서 의사擬似라는 개념을 빌어 고유함과 가짜를 동시에 대표하는 개념적인 색으로 작가에 의해 호명된다. 지역의 땅을 상징하는 고유하고 특정한 색인 동시에 이와는 반대로 매우 일반적(generic)이고 현대적인 의미의 익명적인 몰특유성을 상징하고 있다.

북쪽 홀의 세 벽면은 프랑스 대작가인 이브 클랭이 특허를 신청하여 잘 알려진 청색을 지칭하면서도 부인하는 방식으로 고안된 문제의 색으로 칠해졌다. 원본 혹은 고유함에 반하는 허위의 개념을 재현하는 의사擬似-이브 클랭 청색Quasi-Yves Klein Blue(2023)은 원본과 거의 흡사하지만 결코 원본은 아니라는 의미를 지닌 의사擬似quasi’라는 수식어를 뒷받침하는 다수의 투표를 통해 사회적으로 선택된다. 미술관의 직원들은 주관적이되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해당 지역의 상점에서 얻을 수 있는 색 중에서 이브 클랭 청색과 가장 흡사한 하나의 색을 결정한다.

전시장을 지배하는 적색과 청색, 이 두 가지 모노크롬은 공통적으로 원본성, 독창성, 그리고 주류와 같은 명제에 대한 작가의 의문을 상징하는 동시에, 두 개의 다른 전시장을 색으로 구분하여 표현하는 단순한 시각 장치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색이 도맡고 있는 기능적인 역할과 오랜 기간 사회적으로 동의한 절대적 가치나 믿음에 대한 의문이라는 또 다른 역할을 이 전시에서 이중적으로 재연하고자 도모한다. 색상의 사용은 개념적이며, 사회적이며, 궁극적으로는 예술적인, 즉 중첩되어 복합적인complex 재연을 의미한다.

양혜규: 지속 재연설치전경 헬싱키 미술관, 2023 사진: Kirsi Halkola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한편 남쪽 홀 중앙에는 지난 2019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대작 손잡이가 자리한다. 이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립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손잡이 6점의 조각, 벽면 오브제와 바닥에 설치되는 그래픽 작업, 그리고 복합적인 사운드로 구성된 공감각적 설치작이다. 작가는 일상적인 오브제를 시각적으로 강렬하면서도 기동성을 갖춘 예술 작품으로 변형시킴으로써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혼종hybrid’을 제시한다. 각 조각은 퍼포머에 의해 활성화될 때 방울들이 은은하게 딸랑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이렇게 조각의 물성에 첨가된 촉각적, 청각적 요소들은 작품 및 공간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일종의 주술 의식을 연상시킨다.

작품명 손잡이는 무언가를 여닫을 때 잡는 일상적인 물건으로, 이동과 변화를 위한 물리적 촉매제이자 접촉점을 은유한다. 본 조각군을 구성하는 각 조각의 제목과 형태는 스위스 출신의 여성 예술가이자 무용가, 건축가, 교육자였던 소피 토이버-아르프Sophie Taeuber-Arp(1889-1943), 신비주의 철학자 G. I. 구르지예프G. I. Gurdjieff(1866-1949) 등 유럽 아방가르드 사조의 저명한 인물들의 존재와 오픈소스 손잡이 디자인을 참조한다. 또한 조각을 둘러싼 벽에는 수십 여 개의 붉은 손잡이가 설치되며, 바닥은 여러 삼각형이 만화경 패턴을 이루는 작업으로 장식된다.

손잡이의 감각적인 특성은 공간에 퍼지는 잔잔한 새소리로 더욱 고조된다. 이 사운드는 지난 20184월 남북정상회담의 도보다리 회담 중 정적을 깬 새소리를 녹음한 작업이다. 당시 비무장지대DMZ 내 도보다리 끝에 앉은 두 정상의 사적 대화를 취재하고자 각국에서 온 기자들은 숨죽이고 녹음을 시도하였지만, 그들이 포착한 것은 지저귀는 새소리와 희미한 카메라 셔터 소리뿐이었다. 손잡이는 전시 기간 중 지정된 토요일에 미술관 관계자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이때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음악 영상Images(1968)이 전시장에 울려 퍼질 예정이다.

양혜규: 지속 재연설치전경 헬싱키 미술관, 2023 사진: Kirsi Halkola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한편 북쪽 홀 중앙에 전시되는 전사 신자 연인 가청화는 작가가 지난 2011년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Kunsthaus Bregenz에서 처음 선보인 33점의 광원 조각 설치작 전사 신자 연인을 부분적으로 재현한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는 21점의 조각이 넓은 전시장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원작보다 낮은 높이로 제작된 이번 작업은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한때 높은 옥수수 밭이었던 곳이 낮은 초원으로 변한 듯한" 조각적 진화를 보여준다.

이 조각군은 자신의 조상 격인 작업과 마찬가지로 개별 혹은 둘, , 여섯 등의 하위 그룹으로 나뉜다. 또한 각 그룹은 소리 나는 여성형 원주민Sonic Female Natives, 소리 나는 약장수Sonic Medicine Men, 소리 나는 토템 로봇Sonic Totem Robots, 소리 나는 솔방울 주문Sonic Pine Spells, 소리 나는 석무石舞Sonic Stone Dance등의 개별 제목으로 명명된다. 가발, 태양 전지판, LED 조명, 인조 식물을 비롯해 말린 솔방울과 같은 실제 유기재 등으로 장식된 이 조각들은 자연과 인공물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탐구한다.

양혜규: 지속 재연설치전경 헬싱키 미술관, 2023 사진: Kirsi Halkola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전시 기간 동안 본 공간에서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1971)가 슬라브 토속 제전에서 영감 받아 작곡한 발레곡 봄의 제전(1913)이 이슬람교도의 기도 시간에 맞추어 울려 퍼져 조각 작품과 어우러지는 생생하고 몰입감 넘치는 상징적 교향곡을 선사할 예정이다.

북쪽 홀에는 또한 전사 신자 연인  가청화 외에도 양혜규를 대표하는 소리 나는 조각 두 점이 전시된다. 먼저 전시장 바닥의 한구석에는 금속 방울과 링으로 짜인 조각이 한국의 금속 식기를 덮고 있는 살림진에 걸친 소리 나는 수호물  Sonic Guard over Domestic Formation  Crimson(2022)이 펼쳐져 있다. 이어 관객은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소리 나는 물방울  강철 봉오리Sonic Droplets  Steel Buds(2022)를 통과해 이동하게 된다. 작품을 음향적으로 직접 활성화하고 동시에 자신을 그 음향의 장 안으로 스스로 초대하는 이 과정은 다양한 영적 및 세속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의례를 연상시킨다.

이외에도 작가의 집 곳곳에 설치된 라디에이터의 형상을 차용한 가전기기 조각얀가5번지Jahnstraße 5(2017), 브라질 출신의 미술가 칠도 메이어레스Cildo Meireles의 작품을 참조하는 블라인드 작업 적재된 모서리들Stacked Corners(2022) 등을 양쪽 공간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종이 콜라주 기법과 대칭 및 기하학적 패턴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을 보여주는 평면 작업도 소개된다. 봉투 안쪽에 인쇄된 보안 무늬를 활용한 신용양호자들Trustworthies(2015) 연작 7점과 두 작품이 한 쌍을 이루는 산화하는 희희 넋상형문 황홀망恍惚網 #185 Oxidizing Great Rejoicing Soul Glyph Mesmerizing Mesh #185(2023)이 각각 북쪽 홀과 남쪽 홀에 전시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 맞춰 다양한 연계 행사, 강연, 대담 등이 진행된다. 먼저 121일에는 작가의 초기 영상 비디오 3부작(2004-2006), 2024322일에는 ()과 반쪽() - 이름 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2009)이 미술관의 HAM 홀에서 상영된다. 이와 함께 네 명의 큐레이터들이 이번 전시와 양혜규의 작업세계를 주제로 나누는 대담과 강연 시리즈가 마련되며, 이는 202446일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연계 강연, 대담, 아티스트 토크의 자세한 일정은 미술관 웹사이트 (https://www.hamhelsinki.fi/en/exhibitions/haegue-yang/)

양혜규: 지속 재연은 헬싱키 미술관의 전시기획실장 카티 키비넨Kati Kivinen과 큐레이터 산나 투울리칸가스Sanna Tuulikangas가 기획을 맡았으며,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S.M.A.K.과의 긴밀한 협력과 핀란드 문화유산청의 지원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