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 CHOI Gallery SEOUL] 아민 보엠(Armin Boehm) 개인전 <어둠에서 밤으로(From Gloom to Night)> 서울 주소(42 Palpan-gil, Jongno-gu, Seoul, 03054 Korea) 그리고 쾰른주소(Wormser Strasse 23, 50677 Cologne, Germany) 오프닝 리셉션: 2022년 9월 1일, 목요일 오후 6시~9시 작가 직접 참가 예정이다
[전시글] From Gloom to Night 어둠에서 밤으로 글: 볼프강 울리히(Wolfgang Ullrich) 아민 보엠의 그림은 몇 년째 밤에 머물러있다. 해가 서서히 지고 있던 2015년경의 작품이 황혼의 빛을 머금었다면, 2018년 이후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때때로 달이나 별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 속 거의 모든 빛은 램프, 전구, 헤드라이트 등 인공적이다. 이 특유의 눈부심은 마치 사고나 범죄의 현장을 조명하는 듯하여 밤의 불길함은 빛에 의해 더욱 깊어진다.
야경화는 서양 미술의 긴 역사를 거치며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예수의 십자가형은 주로 밤을 배경으로 그려졌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로 밤의 모티브를 통해 예수의 죽음과 슬픔을 표현하였다.
또한 종교미술부터 현대의 아포칼립스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세계 종말을 담은 작품은 종종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타오르는 불 또는 혜성의 빛을 부각시킨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루트비히 마이드너, 오토 딕스, 막스 베크만 등 많은 예술가가 불길한 분위기의 야경화를 꾸준히 그렸다.
그러한 반면 이전 세기에는 윌리엄 블레이크,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와 같은 낭만주의자가 종종 밤을 그렸는데, 그들에게 밤은 하루의 끝과 철학적 죽음뿐만 아니라 새로운 날이 밝아질 것이라는 희망 또한 의미하였다.
아민 보엠은 이러한 밤의 다양한 상징을 잘 알고 이 요소를 자신의 작업에 인용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다. 이것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의 흐름이 작가에게는 위협적이고, 무섭고, 어쩌면 종말론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오늘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또한 정치적, 이념적 편가르기에 수긍하라는 압박감이 커지고,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극단주의와 급진주의로 치우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거대한 증오와 분노가 끊임없이 표출되고 또한 성별, 인간과 자연, 기업과 개인, 세대, 사회 계급, 민족 사이에 암묵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가?
그 외에도 팬데믹과 같은 위기는 주어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작가의 작품에 담긴 이러한 현재는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당장이라도 붕괴할 것만 같다.
사회에 대한 아민 보엠의 암울한 분석은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이런 냉소함은 밤의 모티브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티브로 표현된다.
작가의 작업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치적 상징이 되어버린 개구리 페페(Pepe the frog), 무지개 깃발과 같은 이슈화되는 주제들이 등장하고, 만화나 미디어 속 가상의 존재들이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에 자리 잡으며 마치 모든 위계질서가 무너진 것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또한 보엠의 인물 중 일부는 황홀하고 광기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다른 이들은 무력하고, 지치고, 거의 무관심해 보인다. 결국, 여기도 극단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각색의 인물들은 결코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그림 속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양립할 수 없는 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마찰의 출발점은 바로 인물 개개인이다. 그들은 동시에 다수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 얼굴들의 입, 눈, 코, 혀 등은 기괴한 형태를 하고 있다. 보편적인 관상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으며, 이렇게 뒤틀린 겉모습이 정교한 마스크인지 학대의 흔적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과장된 위장을 하였든, 폭력에 희생되어 상처를 입었든 현실은 너무나 위험하고 위태롭다. 보엠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 천 조각을 잘라내어 캔버스에 붙이는 작업으로 이러한 얼굴의 변형이 인위적임을 거듭 암시한다.
아민 보엠은 그의 멘토이자 스승이었던 '요르그 임멘도르프'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사회 분석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 외에, 실내장식, 정물, 초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업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렇게 비교적 조용하고 친밀감이 느껴지는 작품들 또한 주로 밤을 배경으로 하거나 야행성 고양이, 잠을 청하기 위해 거두는 커튼 등 밤과 연관되는 모티브가 등장하며, 어두운 밤 유리창에 반사된 무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꽃 중 일부는 색을 잃었으며 어차피 꽃병에 담겨 있어 이미 잘렸고 죽었다. 테이블은 검은색이고 방은 텅 비어 있다.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공포는 뚜렷한 위험보다는 원초적 불안함이다. 보엠을 사로잡는 사회정치적 불안은 이렇게 겉보기에는 연관성이 없는 요소를 통해 더욱 고조되고 심화되어 밤의 세계에 대한 실존적인 차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다양한 모티브가 현대사회를 분석하는 그의 그림 속에 자리 잡은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지만, 이 공포를 보다 색다르고 더 자유로운 시점에서 시각화하고 반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전시행사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데우스로팍(서울)] 안젤름 키퍼, '릴케' 詩 현대회화로 번역 (0) | 2022.08.24 |
---|---|
[국제갤러리] 이승조 개인전 9월 1일~10월 30일 (0) | 2022.08.23 |
[갤러리현대] 질주하는 속도문화 속 소외되는 인간군상 (0) | 2022.08.10 |
[백남준] 왜 그의 '전자 시스티나성당' 26년간 비공개? (0) | 2022.08.08 |
[신재호] 강남 '아트스페이스엣'에서 개인전 (0) | 2022.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