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네시아 비교역사를 통해 시각언어의 맥락에서 재조명하기(Integral Historia)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 개관전 <인테그랄 히스토리아>에 대한 문선아 전시기획자의 전시 에세이(Stagement)] 한국과 인도네시아 역사의 공통점과 상이한 점을 시각 언어로 비교 분석하여 통합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다. <작성 수정 중>
장소: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에서 시간: 2022년 2월 17일부터 3월 20일까지
주소: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도 426-7 지하철 1호선 <보산> 하차 1분 거리
참여작가: 1) 최원준 2) 하르소노 3) 김실비 4) 엘리아 누르비스타
전시기획: 문선아 www.spaceafroasia.com
스페이스 아프로 아시아SPACE AFRUASIA
[1] 서구 예술계는 반성의 모멘텀을 맞이했다.
모더니즘이 강력한 테제로 내세우던 '주객체의 분리와 그로 말미암은 '지배의 정당화가 여러 환경 문제와 전 세계 사회 구조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을 목도하다.
그뿐 아니라 예술계 자체도 내부의 구조의 문제, 자기 세계 내에서 순환하는 끊임없는 자기 복제적인 창작활동, 그로 인한 지루함으로 귀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구조 안에서 서구의 현대미술이 지향해오던 형식주의적 관점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동시에 예술의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그러나 여전히 구조를 형성하는 주체는 제국주의를 이끈 유럽에 머물고, 다른 구조에 놓인 적 없는 주체의 행위는 이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의 덫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지루함의 한계를 맞은 현대미술의 확장을 위해선 주체적 대상적 전환과 더불어 구조적 전환이 일어나야만 한다. 현대미술의 미래에 대한 요구와 위기의식은 이제 포스트 콜로니얼리즘(후기 식민주의)을 되돌아온 유행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이야기하기 위한 발판으로 작동하게 한다.
[3] 특히, 한국은 식민지배를 받았던 피식민지로서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급격히 발전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그 어떤 피식민지들보다 서구의 시각에도 익숙하다.
따라서 그 양쪽을 모두 잘 알고 있기에, 어느 국가보다도 패러다임 전환의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예술이 무엇을 모색해야 할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한국에만 귀속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비서구권 예술 커뮤니티와 연대를 할 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4] 스페이스아프로아시아는 2021년 동두천시 보산동, 경기, 최북단 미군 기지 캠프 케이시(Camp Casey) 앞에 형성된 보산 클럽 거리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동두천은 여섯 주한미군 기지와 기지촌이 위치했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예외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보산동은 끊임없이 미군 부대와 함께하며 동두천 전체 지역의 소비를 견인하고, 다문화적인 문화를 형성해내는 등 그 흐름의 중심에 있어왔다.
[5] 2000년 이후 '동두천 주둔 미군 평택 이전 계획'에 따라 동두천의 나머지 미군 기지는 대부분 이전을 했으나, 캠프 케이시의 경우 경기 최북단 캠프이기에 반환할 수 없다는 논의가 되풀이되면서 병력이 절반 이상 줄었을 뿐, 반환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군 부대가 이전한 자리에는 다국적 이주노동자들이 새로이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보산동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융합'이라는 과제를 누구보다 먼저 다시 안게 되었다.
[6]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는 새로이 변모하고 있는 동두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역사성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기록하며 아시아, 아프리카 예술계를 중심으로 해외 예술계와 연대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안과 밖이 만나는 지점을 만들고, 예술의 역할을 다시 질문한다.
<네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1] FX 하르소노(1948~) W. 자카르타. 인도네시아의 정치, 사회, 문화에 관해 적극적으로 비평하면서 항상 자신의 예술적 언어를 현재의 새로운 사회 문화적 상황에 맞게 재맥락화하고 있다.
가족사는 종종 그의 예술의 기초가 되며, 소수자가 겪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재현하여 개인사와 정치사를 교차시킨다. 그는 <Pilgrimage To History>에서 제2 세계 대전 중 몇 년 일본 통치 후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중국인(화교)을 대상으로 한 약탈에 대해 다룬다.
인도네시아군은 내륙으로 후퇴하면서 게릴라를 진행했는데, 도시를 떠나기 전 건물과 중요시설을 불태웠다. 이 혼란 속에서 많은 민병대가 네덜란드인의 첩자로 여겨진 중국인을 약탈하고 강간했다.
1951년에 중국인 공동체를 위한 조직인 중화총회는 살해되고 흔적도 없이 묻힌 중국인의 시신을 찾아 묘지에 안장했다. 작가는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살해되거나 피해를 당한 중국인의 삶을 기록한다.
집단 무덤이 발견된 도시를 찾아 무덤의 공동 명패를 탁본으로 뜨는 작업(<The Mass Grave Project>)을 통해 넋을 위로하고 자바 섬의 모든 도시에서 비극을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한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The Last Survivor>)한다.
FX 하르소노는 최근 넥서스 아트갤러리, 족자 국립미술관, 싱가포르 미술관, 인도네시아 내셔널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모스크바엔날레,상하이 현대미술관, 네덜란드 센트럴 박물관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2] 최원준 서울(1979~)
2000년 중반부터 한국전쟁 이후 방치된 군사시설을 기록해온 최원준은 파주와 의정부의 공동화된 미군부대에 대한 작업으로 확장하여 한국전쟁 이후 끝나지 않는 냉전의 역사를 사진과 영상, 아카이브 설치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기 북부 미군부대 주변에 옛 기지촌의 흔적을 기록한 '타운하우스 연작의 일부를 선보인다. 과거 미군을 상대로 불법적인 매춘영업을 했던 클럽은 현재 그 간판만이 남아 과거의 역사를 재현하고 있다.
이를 과거 기지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1958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 <지옥화>의 스틸과 함께 병치함으로써 분단 이후 한국문화 속 깊숙이 스며든 미군 기지촌 문화의 흔적을 보여준다.
또, 과거의 냉전 이데올로기 기물이 현존하는 경기 북부와 보산동의 공간을 투어하며 장소성의 변화를 경험해보는 <Strange Visitors>(2022년 3월 20일, 홈페이지)를 선보인다.
최원준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플라토, 에르메스 아뜰리에, 도쿄도 사진미술관, 파리 팔레드 도쿄, 덴마크 루이지애나 미술관, 텔아비브 미술관등의 미술관 전시와 부산비엔날레, 타이베이비엔날레타이베이 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뉴뮤지엄 트리엔날레, 자카르타 비엔날레 등 약 7070여 회 이상 국내외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3] 엘리야 누르비스타 W. 족자카르타(1983년 생)
엘리야 누르비스타는 학제 간 경계를 넘나들며, 음식 문화를 연구하고 이를 다양한 매체로 재현해왔다.
그는 음식 문화를 통해 세상의 권력과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드러낸다. 냉전의 영향, 특히 작은 역사적 서사에 관심을 두고 출발한 이번 작품은, 인도네시아의 국가 이념, 농업 운동과 농지 개혁의 궤적에서 음식의 정치 관계를 살피고 조사한다.
이 작업은 또한 인도네시아 정치 역사가 수카르노(Sukarno)의 통치에서 그의 아들 수하르토(Suharto) 치하의 공산주의 망령으로 옮겨가는 국가적 트라우마를 드러낸다. 이 권력의 역사적 매트릭스는 인도네시아의 오늘날의 상황을 알려준다.
누르비스타는 다카 아트 서밋, 카라치 비엔날레, 아시아 태평양 현대 미술 트리엔날레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고 또한 큐레이터로서 Jogja Biennale Equator Vi:Indonesia with Oceania0ll fölz, Transient Collective와 함께 DAMLAB을 기획했다. Bakudapan and Bodies of Power/Power for Bodies에서 시작된 토지, 물, 농업, 음식에 대한 연대 플랫폼 Struggle for Sovereignty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4] 김실비(1981~) W. 베를린
김실비의 작품에서 경제적 불확정성과 생태 위기의 감각은 주로 디지털 제작 과정을 거쳐 2D,3D, 4D 물질로 조합된다. <하루살이 응접실>은 4만 5천 년 전, 인류사로 서사적 장면을 구현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동굴 벽화(서구보다 더 오래된 동굴 발굴)에서 출발했다. 영상은 몸의 결함을 정신적으로 강화하고 공동의 생존을 바라며 사냥 장면을 시뮬레이션 하는 동굴 벽화가의 독백을 담는다.
두 원형 유리 차탁의 각단마다 디지털 프린트 생물학적·신화적 모형, 향, 영상이 놓인다. 이렇게 중첩된 시공간을 연출하는 영상 설치는 제약 하에서도 이어져 온 유일무이한 존재들의 만남과 모임을 상상한다.
김실비는 그녀는 멜랑주 프라하 네반콘템포, 서울 인사미술공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부산현대미술관, 광주비엔날레, 국립현대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미디어시티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쿤스트페어라인 괴팅엔, 베를린 신 쿤스트페어라인 등지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변 거리 풍경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의 개관전 <인테그랄 히스토리아>에 대한 문선아 전시기획자 전시 에세이(Stagement)] 한국과 인도네시아 역사의 공통점과 상이한 점을 시각 언어로 비교 분석하여 통합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다.
전시기획자 문선아 아래 홈
[1] 한국(남한)과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현대미술 신을 확보한 '인도네시아'와 연대를 진행한다.
'인테그랄(integral)'은 대표적으로 수학에서 '적분의', '통합된'이라는 뜻 외에도 필수적인', '완전한'이라는 의미가 있다. "historia'는 라틴어로 '역사'를 뜻한다. 따라서, 전시의 제목 '인테그랄 히스토리아'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두 국가의 역사를 겹쳐보고 통합해본다는 의미를 지니며, 한편으로는 '완전한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반어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2] 남한은 북반구, 중위도(위도 33 와 39°N 사이, 경도 124°와 130°E사이)에 위치해 있다. 남한의 총면적은 100,032 km2이며, 인구수 약 5,162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진국에 속하며 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기준 세계 10위이고,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Organization, WTO), 국제연합(United Nations,UN),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G20(Group of 20)에 가입되어있다.
[3] 한편,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5° 남위 10 에 걸친 약 18,2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 5번째로 가장 넓은 영토(1,904,569 평방킬로미터)를 지닌 세계 최대 규모의 섬나라이며, 인구수는 전 세계 4위로 2억 6,700만 명을 넘어섰다.
경제 규모는 GDP 기준 세계 16위로 지역 강대국(regional power)이며 중간 강국(middle power)으로 간주된다. WTO, UN, G20 등에 가입되어있으며,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아시아 정상 회담(East Asia Summit) 및 이슬람 협력기구(Organisation of Islamic Cooperation) 등의 창립 멤버다.
[4] 과거 피식민지였던 두 국가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하고, 이후 권위주의 정부를 겪고 직선제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유사한 역사의 과정을 겪었다. 한국은 쇄국정책을 펼치다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직후인 1910년 일본에 병합되었고 이후 1945년에 이르기까지 35년간 일제강점기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독립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1948년, 냉전 체제 최전방이라는 지정학적 이유를 비롯, 미국과 소련의 합의에 따라 38선을 경계로 분단이 됐다. 1950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한국전쟁을 치렀으며, 휴전 이후 제1세계 진영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1960년, 18년간 이어져 오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독재가 4·19혁명으로 끝나고, 박정희에서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는 32년간의 군부 독재를 지나는 과정에서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직선제를 이룩했다.
[5] 한편, 인도네시아는 향료 무역의 독점권을 노린 네덜란드에 의해 17세기부터 식민지배체제에 있다가 네덜란드와 영국의 영토분쟁으로 잠시 영국 지배를 받게 된다.
1824년의 조약으로 다시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게 되고, 제2차 세계 대전 중 1942년부터 1945년까지는 일본군 지배하에 있었고 1945년 대전이 끝나면서 독립을 선언했다. 1949년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연합 아래 독립 국가로 발족, 1956년 독립국가가 되었다. 네덜란드와의 주종관계를 완전히 끊다.
1957년부터 1998년 에이르는 기간 동안 독재정치가 이루어졌고 1998년에 민주화되었으며 정상적인 의미의 국가원수 선거를 이룩했다. 이후에도 군부의 입김이 정치권에 잔존했으나, 2014년 최초의 직선제 정권교체에 성공한다.
[6] 식민지배와 민족 통합, 군부 독재라는 연쇄 고리로 얽혀있는 복잡다단한 역사 끝에 표현의 자유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쟁취해낸 만큼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현대 미술은 사회의 면면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7] 한국의 경우, 상업 미술신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달하진 않았지만 강력한 국가적 지원 아래 각 지방마다 미술관, 비엔날레 등 인프라와 기금제도를 마련하면서 많은 예술인을 키워내고 있고, 특히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많은 대학이 한국 예술인 창작 산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8] 인도네시아의 경우, 제한된 인프라와 기금제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술가와 예술가 커뮤니티가 국내외로, 수도인 자카르타 족자카르타, 반둥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신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예술 커뮤니티의 힘이며, 자카르타, 비엔날레와 (야야산) 족자카르타 비엔날레가 양대 산맥으로 그 중심축을 잡아주고 있다.
[9] 이번 전시는 작업을 통해 역사성과 정체성을 묻는4인의 작가를 소개한다. 2인의 한국 작가와 2인의 인도네시아 작가가 바라보는 두 국가의 역사를 교차해보고 때로는 국제적인 관점에서 조망해봄으로써, 역사의 같음과 다름, 반복과 단절을 확인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10] FX 하르소노와 최원준은 각각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역사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관찰한다. FX 하르소노는'하르소노는' 인도네시아의 네덜란드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거대 서사 아래 가려져왔던 소수자인 중국인에 대한 약탈과 학살에 주목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뜨는 공동묘지 탁본 퍼포먼스를 통해 죽어간 집단이 아닌 개인들을 기억한다.
미시 서사에 집중하는 작업은 거대 서사에 대한 인지 역시 확장하며, 이를, 제시된 역사에서 벗어나 다시 바라보고 해석하게 한다. 스스로 화교인 작가의 행위는 과거의 문제를 현재의 문제로 환기하면서, 여전히 차별이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묻게 한다.
[11] 최원준(위 오른쪽 작품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근현대사를 면밀히 연구하며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공동화된 수도권 주변의 군사시설과 뉴타운 개발의 문제를 다룬'언더쿨드, '타운하우스' 등의 연작을 통해 작가는 과거의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정학적 문제를 벗어나 부동산 경제논리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가시화시켜왔다.
이렇게 작가가 과거와 현재의 공존지를 기록해낸 다큐멘터리적 작업은 변해가는 장소와 사람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는 과거 흥행신화를 이룩하던 기지촌이었으나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과 도시개발 사이에 끼인 보산동의 역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과거의 냉전 이데올로기 기물이 현존하는 경기 북부와 보산동의 공간을 돌며 장소성의 변화를 경험해 보는 <Strange Visitors>를 선보인다. 또한, 전시장에는 '타운하우스 연작 중 과거 미군 부대 주변의 클럽 사진 일부와 신상옥 감독의 영화 <지옥화>의 스틸을 병치함으로써, 미군 기지촌의 정체성을 현실과 영화를 통해 선보인다.
[12] 한편, 엘리야 누르비스타와 김실비는 음식문화와 원형이라는 자신만의 거울을 이용해 거 서사와 미시 서사를 오가며 세상을 비춰오고 있다. 음식문화를 통해 세상에 가려졌던 면면을 재조명해 온누르비스타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역사와 관계사를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연대기로 작성한다.
여기에 커뮤니즘을 신봉한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던 여성 정치범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음식을 섭취하고 살았는지 회고하는 영상 <COOKINGIN PRESSURE>와 제국주의 시대 이전과 이후 땅을 살아가는 이의 마음을 선언문적으로 담아낸 영상 <WEDREAMT ABOUT REFORM>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역사의 여러 층위를 켜켜이 드러내 펼쳐 보인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바로미터로 존재하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 역시 그의 연대기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여성 정치범의 모습은 오랫동안 레드 콤플렉스에 젖어있던 한국 정치범들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인도네시아 땅에서 개혁을 꿈꾼 이의 근본적인 마음 역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공감을 전한다.
[13] 김실비의 신작 <하루살이 응접실>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견된, 약 4만 5천 5005천500년 전에 그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로부터 시작한다. 술라웨시, 라스코, 알타미라 등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동굴벽화는 성공적인 사냥감 획득을 기원하는 유사한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으며, 따라서 공동제의라는 원형(본능과 함께 유전적으로 갖추어지며 집단 무의식을 구성하는 보편적 상징'으로서 예술의 원초적인 역할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동굴 벽화가에게 공감한 영상을 선보이고, 기원의 연상작용을 통해 형태적 기능적으로 유사한 디지털 프린트, 생물학적 신화적 모형, 향, 영상 등을 한데 모은다. 기원의 손과 발, 불수감, 람부탄, 진실의 입, 몸의 동글인 창자 등의 연상 이미지들이 서로 병치되고, 화룡점정으로 피어나는 향은 다시 관람객의 담지하고 있을 기원의 원형을 자극한다.
작가는 이 이미지와 형태를 무심한 듯, 두, 레디메이드 차탁에 배치하는데, 차탁은 전시장에서 수납이라는 기존의 쓰임새 외에도 작업의 일부로서 역할을 새롭게 부여받는다. 작가는 원형을 통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혹은 그 너머의 관계들을 잇고, 예술의 역할에 대해 다시 묻는다.
[14] 각 작가의 작업에서 관람객은 스스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교차해볼 수 있다. 두 국가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같음과 다름을 병치해보며, 미래의 연대를 이야기해 보는 자리를 다시 서로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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