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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금민정] '바람의 자리(Hues of the Wind)' 스페이스 소

[금민정 개인전] <바람의 자리 Hues of the Wind> 갤러리 스페이스 소(마포구 동교로17길 37)에서 11월 19일-12월 20일까지 관람: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이번 신작은 철거된 한옥의 고목재와 한옥과 관련된 재료로 제작되었다. <관련 기사> www.sedaily.com/NewsVIew/1ZBQTXZJ2V

 

왜 한옥을 좋아하나요?

금민정 ‘바람을 그리다’ /사진제공=스페이스소천천히 열린 문이 느릿하게 닫힌다. 창호지 대신 유리를 끼운 근대기 한옥인지라 창을 통과한 햇빛에 잠시 눈이 먹먹해진다. 그렇게 서서히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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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스페이스 소

스페이스 소는 11월 19일부터 12월 20일까지 금민정 개인전 <바람의 자리 Hues of the Wind>를 연다. 이번 전시는 한옥의 건축적 요소와 한옥의 풍경을 소재로한 비디오-조각 신작 9점을 소개하는 스페이스 소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담 넘어, 12개의 풍경 Beyond the wall, 12 scenery

금민정은 공간을 다룬다. 그는 자신이 감각하고 교감하며 경험한 장소와 사물들에서 공간을 발견하고, 여기에 상상을 더하여 관객 앞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자신의 ‘그 공간’을 비디오-설치와 비디오-조각이라는 방식으로 펼쳐 보이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19년 개인전 <Hidden Layers>에서는 제주도에서 마주한 숲과 바다에 대한 작가 자신 그리고 타인의 감정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이를 머신러닝 Machine Learning [1]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영상 속 풍경의 움직임을 만들고 숯, 나무 조각과 결합시킨 비디오-조각과 비디오 작품을 선보였었다.

이번 <바람의 자리 Hues of the Wind>에서 그는 한옥에서 머무르며 발견한 한옥의 구조적 특징과 한옥 주변의 풍경을 관찰하여 그만의 새로운 조형을 발견하고 만들었다. 그는 한옥에서 바람을 촉각적이 아닌 시각적으로 경험하였다고 말한다. 한옥의 벽에 흩날리는 버드나무의 그림자, 창살로 비치는 햇살과 같은 바람이 만든 이미지를 포착한다.

객관적이기보단 서정적이고 심리적으로 한옥의 건축적 요소, 한옥과 어우러진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그는 감정의 종류와 깊이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는 한옥의 공간적 특징을 인식한 뒤 다시 그 시대적 배경을 찾아보며 그 곳에 머물렀던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감정을 상상한다.  

그는 이런 감정들을 전자 신호화 하여 영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알고리즘에 입력된 감정값(슬픔, 우울, 연민, 경탄, 놀라움 등)은 원래의 이미지를 뒤틀거나 흐릿하게 만들고 혹은 길게 늘어트리는 등 새로운 형상으로 변형시킨다. 주관적인 감정이 코드화되어 입력값에 따라 만들어진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 속 풍경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번 신작은 철거된 한옥의 고목재와 한옥과 관련된 재료들로 제작되었다. <담 넘어, 12개의 풍경 Beyond the wall, 12 scenery> 는 한옥에서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기둥과 기둥사이를 건너 지르는 대들보로 만든 작품이다. 대들보에서 원래 문이 있었던 틈 사이에 12개의 기와 풍경을 담은 영상이 놓여있고, 밑부분은 대들보의 일부분이 3m가 넘는 나무를 받쳐 올려 들고 있다. 불안한 듯 서있는 구조이지만 12개의 모니터의 영상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워 대조적인듯 조화를 이룬다. 원래의 쓰임과 역할을 하지 못할지라도 그의 감수성과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의 결 그리고 감정값이 반영된 한옥의 풍경은 치유와 휴식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가의 집_바람 그림자 Painter’s house_shadow of the wind>는 한옥에서 머물며 우연히 보게 된 오브제인 돈궤를 작업으로 가져온다. 돈궤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풍경은 한옥의 내부와 외부의 모습으로 한 화면에서 재생된다. 돈궤를 문처럼 세워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돈궤의 덮개를 경계로 전혀 다른 한옥의 공간이 전개된다. 마룻바닥의 모습을 촬영한 흑백 영상과 나무 그림자가 떨어지는 바깥의 모습으로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건을 돈궤를 매개로 병치하여 두 장면의 관계를 연상하도록 한다.  이렇듯 그는 한옥에서 경험한 기억을 조각과 비디오를 통해 표현한다. 한옥의 한 부분이었을 고목재들과 한옥의 풍경을 재해석한 영상이 모여 새로운 바람의 풍경을 만든다. 바닥으로 드리우는 그림자, 창살이 닫히는 모습,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같이 그가 느낀 바람이 머물고 만들어낸 자리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1] 머신러닝 Machine Learning: 인간을 학습시키는 기능을 컴퓨터에 실현시키고자 하는 기술 및 기법이다. 즉 사람이 학습하듯이 컴퓨터에도 데이터들을 줘서 학습하게 함으로써 컴퓨터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분야이다.

작가소개 금민정은 <Breathing Room>(관훈갤러리, 2007), 2009년 <a breathing view>(금호미술관, 2007), <숨쉬는 벽Abstract Breathing>(문화역서울 284, 2013),  <격.벽>(갤러리 세줄, 2014), <미술관의 벽>(국립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월, 2016), <INVISIBLE FOREST>(스페이스 소, 2017), <Hidden Layers>(노블레스 컬렉션, 2019) 등 15회의 개인전과 <창원조각 비엔날레,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 >(용지공원&성산아트홀,2020), <금강자연비엔날레, 新-석기시대-또다른 조우>(연미산 자연미술공원, 2020), <밤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스페이스 소, 2019), <16번의 태양과 69개의 눈>(금호미술관, 2019),

[2017-2010] <아시아 예술이 묻는다>(대구예술발전소, 201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상현실>(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016),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경남도립미술관, 2016), <길 위의 공간>(JCC아트센터, 2015), <세마 미디어 살롱>(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2015), <Mind Space-감성미디어 전>(크레이아크 김해미술관, 2014), <아트피스, 예술로 힐링하는 법>(금호미술관, 2013), <탄생-Birth>(양평군립미술관, 2012), <이미지의 틈>(서울시립미술관, 2010), <풍경의 재구성>(제주도립미술관, 2010), <랜덤 액서스>(백남준 아트센터, 2010)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서울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JCC아트센터, 서울문화재단 서울무용센터, 국립과천과학관, 쌤소나이트코리아㈜, KAIST 경영대학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간단한 후기] 2020년 12월 17일 금민정 전, <바람의 자리> -한옥에서 받은 오롯함, 널빤지 비디오詩에 담다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전시다. 왜냐고 한옥이 주제라면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작가의 글을 보면 작업을 위해 국내외로 시각채집에 나선다(나는 에너지가 필요할 때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작가의 말). <사진: 금민정>

그녀는 비대면 시대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국적인 것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돌아갔다. 전통 가옥인 한옥을 우연찮게 만나 깊은 멋과 감흥을 느낀 것인가. 낡고 낯설고 스산한 그러나 정겨움과 따사로운 온기를 느낀 것 같다. 그 주변을 맴도는 바람에 마음이 끌렸나. 작가의 이렇게 적고 있다. "바람이 불면 소리가 쉬이익 공간을 먹어간다".

시각 예술가로 촉이 예민한 작가로 한옥의 미감을 그냥 스칠 리가 없다. 전시 명이 바람의 자리다. 바람이 옛 가옥의 자리를 그려가고 있음을 은유하는 것 같다. 한옥 몸체에서 켜켜이 쌓인 세월의 숨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었나.

작가는 비디오를 ‘빛 덩어리’로 본다. 그게 작가에게는 넘어야 할 버거운 물성이기도 하단다. 작가는 그걸 넘어서려는 도전 앞에 늘 놓여 있다. 그 벽을 넘어설 때 열반이 오는 것인가. 이번에 상대가 한옥이다. 비디오, 3D, 앱을 동원해 한옥에 담긴 정서를 첨단 TV 모니터에 이입시킨다. 그런 순간의 감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화면에 한옥이 옮겨지니 우리가 멀리하던 한옥이 비주얼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처마 밑으로 바람이 스치고, 용마루 위에 별이 뜨고, 쪽마루에 볕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달빛도 지붕을 타고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보는 우리의 마음을 아스라하게 한다.

작가는 한옥을 접할 때 일어나는 감정의 색채를 모니터에 전자빛으로 그린다. 요즘 알고리즘 등 디지털 언어가 있어 가능하다. 한옥은 틈새가 많아 사람의 마음에 여유와 여백을 준다. 그 사이로 빛과 바람 일고 옛 추억의 기억과 흔적이 펄럭인다. 창문의 온기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손때 묻은 창살이 바람으로 그림을 그린다. 한옥의 벽과 문과 창이 하나로 어우러진다. 저절로 풍경화가 된다. 한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풍경을 때로 연출한다. 우주 만물과 천지인의 원리가 여기 시공간에서 작동된다. 처마 위로 보이지 않는 선율이 감돈다. 바람에 스친다. 구름에 흔들린다. 그 주변 해류처럼 기가 흐른다.

한옥이 갑자기 의인화된다. 그래서 소통의 장이 열리면서 대화도 가능해진다. 한옥의 품에 색채가 물들고 향기가 풍긴다. 작가는 빛 덩어리 축적된 전자 신호로 이 정겨운 풍경을 영상 이미지를 담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길거리에 버려진 한옥의 파편에 보물처럼 모아 프레임을 만들고 거기에 한옥을 전자화로 바꾼다. 어머니 품처럼 담는다. 거기에 옛 시대의 흔적과 오늘의 분주한 모습이 겹치면서 하나의 새로운 조형언어가 탄생하다 -김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