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의 프랑스어 실력은 대단(?). 세계적 철학자 데리다와 대담에서 그를 압도하다>
아라리오갤러리는 2020년 10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아트바젤 온라인 뷰잉룸 <OVR: 20c>에 참가한다. 올해 9월에 스위스 바젤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아트바젤은 코로나19 펜데믹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이번 온라인 뷰잉룸 <OVR: 20c>는 1900년에서 1999년 사이에 만들어진 역사적으로 중요한 20세기 작품들만으로 기획되었으며, 아라리오갤러리는 김순기의 초기 사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아트바젤 <OVR:20c>에 참가하는 두 개의 한국 갤러리 중 하나인 아라리오갤러리는 한국 현대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김순기가 1980년대 후반부터 작업하기 시작한 사진 연작을 소개한다. 이 사진 연작은 작가가 손수 만든 바늘구멍(핀홀) 카메라를 장시간 노출시켜 포착한 주변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바보 사진”이라고 김순기가 칭하기도 하는 이 작품들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작업세계를 보여주고자 한다.
“나는 카메라 옵스쿠라의 어리석음을 좋아한다. 몽롱스럽고 판단할 줄도 모르고 잘 못됨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바보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항상 놀랍고, 이름 없는 나라를 구경할 수 있고 길을 잊어버리며 무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촬영하는 긴 시간 동안 산보할 수도 있고 버섯을 따러 갈 수도 있다. 허나 내 사진에서 풍경은 없어진다. 사진들은 결국 빛과 순간들의 한없는 우연의 작은 사건들의 결과일 뿐이다 (김순기, 여행 노트 중에서, 1991년 봄)”라고 이 사진에 대해 말하는 김순기의 사진 작품은 표면적 완성도나 결과보다는 만들어지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1971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작가가 서양과 동양, 전통과 현재,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탐구의 결과물인 것이다.
김순기는 1946년 대한민국 충남 부여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한 후 1971년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액상프로방스, 니스 대학에서 기호학과 미학을 수학한 후, 니스, 마르세유, 디종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2019), 아트선재센터(2014), Slought Foundation(2013), 니스현대미술관(1991) 등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저서로는 <산은 바다요, 바다는 산이요: 장자와 비트겐슈타인(Montagne, C’est la Mer: Tchouang-Tseu et Wittgenstein)>, <게으른 구름 (Les Nuages Paresseux)>, <예술 혹은 침묵의 청취: 김순기와 자크 데리다, 장-뤽 낭시, 존 케이지와의 대화(Art or Listen to the Silence: Kim Soun-Gui Conversation with Jacques Derrida, Jean-Luc Nancy and John Cage)>, 시화집 <보이니? (Entends-tu?)>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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