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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박] 국보 제180호 '세한도' 국민의 품으로

'한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세한도 진짜 주인공 ‘역관 이상적’] ‘세한도’는 ‘논어’에서 따왔다. 김정희는 그의 제자 역관 이상적이 중국을 집드나들 듯 다니면서 청나라의 첨단 정보가 담긴 아카이브를 수시로 귀양살이하는 그의 스승에게 전해주자 추사가 감동을 받고 이 작품을 그의 제자에게 선물 // 김정희 ‘세한도(歲寒圖)’를 볼 때마다 결기와 단호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문인화의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 이 작품을 들 수 있다. 그림 자체는 단색조 수묵으로 간결하다 못해 어설퍼 보인다. 일종의 미니멀리즘. 이렇게 극도의 생략과 절제는 추사 김정희 신세이며 동시에 그의 결기 그 자체다. // 여기 글 중 그 가운데 압권은 바로 다음 구절이다.“지금 그대도 내게 이전에도 더함이 없고 이후에도 덜함이 없다. 그러나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게 없다면, 이후의 그대는 성인의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今君之於我由前而無可焉. 由後而無損焉. 然由前之 君無可稱 由後之君 亦可見稱於聖人也耶).”

*추사 나이 54세, 정치적 음모에 연루된 그는 멀리 제주도로 유배되어 9년여의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
[국보 제180호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 품으로...] "심사숙고 끝에 내어놓았다” -손창근 선생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세한도를 기증하기로 결단 // 추사의 제주도 유배생활 겨울 찬 방의 냉기가 느껴지는 그러나 그런 것도 깊고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녹여내는 듯한 따뜻한 인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당시 최고의 지성인으로 또한 중국문화 도통한 코스모폴리탄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자유로움 그런 경지의 세계를 문자와 그림이 절대적 경지에서 하나가 되는 최고의 작품이 되었다 <참고>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5998569

손창근 선생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세한도를 기증 의사를 전달하시며 한 말씀이다. 간결하면서도 확고한 의사 전달의 한 문장. 이로서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한 우리나라 국가지정문화재 국보 제180호 세한도가 국가 소유가 된다. 이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금전으로는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무가지보, <김정희필 세한도>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창근 선생의 ‘세한도’기증 의사는 2018년 11월‘손세기ㆍ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 기증’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로써 손창근 선생이 2005년부터 두 번에 걸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한 203건 305점의 문화재 전체를 기증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창근 선생의 기증 의사를 존중하여 <세한도> 기증과 관련된 모든 제반 업무 절차를 진행 중이며,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추어 <세한도>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국민 모두가 세한도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올 11월에 세한도를 공개하는 특별전시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 올곧은 선비 정신이 오롯이 담겨있는 최고의 문인화의 걸작이다. 유배시절 추사 김정희가 59세 때 그렸던 것으로 당시 추사가 처한 물리적, 정신적 고달픔과 메마름을 건조한 먹과 거친 필선으로 사실적인 표현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에서 서화 일치의 경지를 보여준다. 상당히 고된 유배생활을 근근이 버티던 그에게 ‘세한도’ 속 소나무는 인간으로서 힘든 시간을 견디어내는 추사 본인이었으며, 잣나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썼을 선비정신, 그 기개를 동시에 상징하는 듯하다.

제주도에서 유배 중이던 스승 추사를 위해 그의 제자였던 역관 이상적은 새롭게 들어온 중국의 문물 자료를 모아 스승에게 보내주는데, 이를 고맙게 여긴 김정희가 소나무와 잣나무를 그려 선물한 것이 바로‘세한도’이다. 이 선물을 받은 제자는 이를 청나라 문인 16인에게 선보여 그 작품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의 글을 받아 남겼다. 그리고 그 외에도 오세창, 이시영 등 여러 주요 인물들의 글이 함께 남아있어 세한도를 통해 그 정신을 본받고자 했던 그 마음과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손창근 선생 기증식

선친 손세기 선생으로부터 시작된, 고귀한 나눔의 정신.

손창근 선생은 그동안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 1억원 기부, 2012년 경기도 용인 소재 200만 평 산림 국가 기부(201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2017년 KAIST 건물 및 연구기금 총 51억 원 기부 등 끊임없는 기부 활동으로 사회 공익에 이바지해왔다. 2代에 걸쳐 수집한 문화재와 사재를 국가와 교육기관에 기증하며 그동안 보여준 故 손세기·손창근 선생의 그 큰 뜻이‘세한도’를 통해 다시 한번 밝게 빛난다.

평소 근검절약하여 수집한 문화재들을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없이 기증하겠다는 손창근 선생의 결단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켜내고 우리 모두의 후손에게 다시 돌려주는 소임을 다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 애지중지 아끼던 ‘세한도’도 결국 당신의 것이 아닌,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강건한 마음. 유배지에서 고독에 지쳐가면서도 정신적 고달픔을 꿋꿋이 견디며 선비정신을 잃지 않던 김정희의 강인한 마음. 묘하게 닮은 이 두 마음이 코로나 19로 지쳐가는 국민 모두의 가슴속에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김정희가 시작하여 이상적 그리고 중국과 우리의 여러 문인들을 거쳐 손창근 선생에게 한동안 머물렀던‘세한도’의 긴 여정이 드디어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새롭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