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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이경미전] 500년 전 고전과 현대미술의 만남

[이경미(Lee Kyoungmi)_Then & Now] 부제: New Vertical Painting: Duerer's Apocalypse 장소: 갤러리 세줄(GALLERY SEJUL 종로구 평창 30길 40) 기간: 2019년 10월 17일부터 2019년 12월 15일까지(2개월간)

<500년 전 고전작품과 현대 회화가 만나다> 수정중

전시 제목이 이번 이경미 작가가 시도한 뉴 페인팅의 주제와 방향을 쉽게 알려준다 500년을 뛰어넘은 시간 속 회화의 변천사를 엿보게 한다. 우리시대의 묵시문학이란 뭔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 많은 암호가 담긴 계시록이 담긴 도판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상상해 보게 한다. 그리고 뒤러라는 화가가 현대작가들에게 주는 영감과 에너지는 또한 뭔지도 생각하게 한다.

이경미 작가 이전과 전혀 다른 회화(New Vertical Painting)를 이번에 처음 공개하다. 그런 변화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모색이 있을 것이다. 15개 시리즈 작품인데 이것을 완성하는데 3년반이라는 세월이 걸렸단다. 남편 해외 근무지가 처음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5년 정도 지내다 갑자기 독일로 발령이나 그곳에서도 5년 체류를 예상했으나 갑자기 사정이 생겨 3년 반을 독일에서 보냈다. 작가라 예리한 관찰력을 가진 참으로 예민한 존재인데 이경미 작가는 독일 생활에서 뭘 봤는가 궁금해진다. 장소에 따라 지형에서 받은 영감과 에너지가 다르다고 작가는 말하는데 그녀는 독일에 누구를 만났나? 그녀는 15세기 미술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 처음으로 수준 높은 회화를 선보인 '알프레드 뒤러'를 재발견하다. 

이경미 작가 하늘을 나는 것을 좋아한 다  풍선의 알록달록한 무지갯빛을 좋아한다

유럽 르네상스의 진원지인 당시 가장 수준 높은 이탈리아 회화를 둘러보고 그곳에서 공부한 후 독일로 돌아와 제대로 된 회화가 뭔가를 보여준 천재였다. 다시 말해 독일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인 셈이다. 독일에 살다보면 그 나라 문화와 언어에 더 빨리 동화하고 그런 걸 소화해 재는 면에서 친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가 주목한 작품은 뒤러가 1498년 연작 목판화로 그린 묵시록이다 묵시록은 성서의 맨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을 요한 계시록이라고도 한다. 계시라면 그 말속에 많은 암시와 비유와 비밀언어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성서는 중동의 이야기인데 헝가리 출신의 독일 작가 뒤러는 이 묵시록에 크게 담화를 받아 15점의 정교한 판화를 남겼다 작품마다 물론 제목이 붙어있고 그 내용에서 처음과 끝이 분명하게 순서가 매겨져 있다. 당시 뒤러는 이 성서 내용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했겠지만 현대신학의 해석과는 조금 동떨어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시대정신에 충실하게 작품을 해석하고 그것을 도상화했던 것이다. 서양의 이분법이 그대로 적용된 작품이고 중동의 종교인 기독교의 배경이 독일의 배경으로 변경된다. 

그리고 문자와 다양한 병의 조형성과 오브제 위에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오브제 구성미를 좋아한다 

책을 좋아한다

여기에는 이경미 작가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상징코드와 수수 께끼 그녀의 독서량과 원근법 문명에 대한 비판과 고양이와의 질긴 인연 그리고 어려부터부터 그렇게 되고 싶었던 우주인과 천체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면서 쌓은 삶의 노하우가 그녀에게는 미술의 기법으로 승화되어 많은 사람들을 시각적으로 들뜨게 하고 즐겁게 하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돌려주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엷은 핑크 바탕에 참 예쁜 검은 색 풍선 근데 이게 오브제 아트가 아니라 잘 보면 회화다 착시효과 100%다

오늘 작가와 대화 그림 이야기 보따리는 무궁무진하다. 정답은 없지만 그렇다

그런데 이경미 작가는 이것을 다시 디지털 문명을 배경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한 셈이다. 그러니까 이번 전시의 제목이 그때와 지금이라고 붙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단 뒤러의 드로잉은 치밀할 정도로 세밀하고 완벽하다 이 정도면 드로잉에서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이경미 작가는 판화와 회화에 다 능숙하고 미술의 기초가 단단한 작가인데 일단 원화의 드로잉을 그대로 확장해서 그리고 거기에 현대적 문명의 다양한 목소리와 현상을 합쳐서 제3의 회화를 창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작품의 프레임을 밖으로 확장되고 치솟는 방식으로 구성이 마치 그림이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매우 활기차고 다이내믹하게 보인다 작가의 뒤러의 작품 15개를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기는 하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단 인간이 산다는 것이 그렇지만 악과 유혹과 시련과 그리고 죽음 다시 부활의 순서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여기서 종말적 계시의 메시지가 나오는데 이것은 정말 세상의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런 회화의 난이도 높은 도전을 하려면 정말 회화에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경미 작가는 그런 면에서 최적이다.

여기서 작가는 이런 작업을 하면서 과연 회화란 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뒤러와 이경미 작가는 500년을 뛰어넘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삶과 죽음과 부활의 문제 진정한 시작과 종말이 뭔지도 서로 묻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팝아트로 500년 전 회화를 무덤에서 꺼내 아주 유쾌한 디저털 시대의 풍속화로 재현하고 있다. 그녀의 20년간 쌓은 회화의 스펙트럼을 여기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 함축된 의미가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런 묵시묵학이 담은 계시와 암시를 회화의 그릇에 담을 때 그 위험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경미 작가는 그런 두려움을 떨쳐내고 과감히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수직 회화인지 난 아직 잘 모르겠다. 여기서 수직적 시간을 쌓아 올려서 그런 그림 같은데 퇴적층 같이 이루어진 수직적 시간에 대해 관객에게 설명을 해주면 감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회화의 가능성을 사실 무궁무진하다 르네상스 회화를 보면 더 이상 그릴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아직도 개척해야 할 분야는 무궁무진한 것이다 전자 페인팅에서 디지털 페인팅까지 끝이 없다. 15세기 최고 지식이라고 해도 역시 묵시록에 대한 해석은 갇혀 있다 이것을 21세기 가볍고 경쾌한 팝아트 형식을 새로운 끌어올렸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500년을 길러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렇게 공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니 이 시리즈(연작) 15개 그리는데 3면 반이 걸렸다 그것도 거의 매일 작업인데 말이다 쭉쭉 밖으로 뻗어가는 선이 생동감이 있어 보인다. 가운데 움푹 파여 회화의 입체감이 강하게 살아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변화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묵시문학을 시각화한 그 배경에 진정한 진리의 비밀을 제대로깨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결국 윤리적인 문제는 아니고 사회경제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여기서 관객을 미래지향적 어떤 영감과 비전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런 작은 것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 모든 문화의 발전을 결국 비교하는데서 오는지 모른다 500년 독일과 2천 년의 한국이 결정적으로 만나 새로운 회화의 문을 열어준 이런 시도는 그런 면에서 현대회화 발전의 큰 공로를 세운 것이 아닌가 싶다 고무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어려분도 많이 가서 이런 고전과 현대가 만나 또 하나의 새로운 연금술 회화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일종의 계시 문학의 비밀 언어나 암호 같은 상징 코드 혹은 묵시록를 보는 것 같다

첫 번째 작품과 마지막 작품의 차이, 첫 번째 그림에는 500년 전 C++ 이 그려져 있고, 마지막 그림에는 20세기 C++(컴퓨터 언어)이 그려져 있다. 일종의 계시 문학의 비밀 언어나 암호 같은 상징 코드 혹은 묵시록을 보는 것 같다

종로구 평창30길에 있는 '세줄 갤러리' 참 분위기 있는 곳이다. 멀리 서울이 다 내다 보인다. 조금 언덕이라 올라가기 힘들지만 이곳에 오면 피곤이 다 풀린다.


가운데 김병호 설치미술가

김병호 설치미술가 작품 참 좋네요. 멋진 작품이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