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 용어인 '문화 접변(ACCULTURATION)'이란?] 문화 변동의 세 가지 요인 중, 문화 전파에 의해 둘 이상의 다른 문화가 장기적으로 접촉하게 되어 문화 변동이 일어나게 되는 것을 문화 접변이라고 한다. 문화 동화, 문화 융합, 문화 공존은 모두 문화 접변의 양상이다.
문화 접변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발적 문화 접변이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다른 문화를 수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문화 변동이 바로 자발적 문화 접변이다. 예를 들자면 이민 사회에서 해외 동포들의 이민국 문화 수용하는 것이 있다. 두 번째 전쟁, 식민 지배 등 강제성을 띤 외부의 압력에 의해 일어나는 문화 변동을 강제적 문화 접변이라고 한다. 일제시대 강제로 창씨 개명을 당하고 일본어 사용을 강요 당했던 강제적 문화 접변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예시다
<인류학 사전> 프랑스 대학 출판사 출간. 한 가지만 소개 : 문화접변
문화 접변 ACCULTURATION: 문화 접촉으로 생기는 모든 과정
문화 접변은 문화가 서로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종합적 과정을 일컫는 용어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회단체나 사회집단은 이에 동화되거나 또는 다른 사회로부터 유발된 특징이나 그런 특징의 집합체에 동조하는 것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이 용어는 ‘문화론자 culturaliste’(특히 헐스코비츠 Herskovits 1958/1967 참조)라고 불리는 학파에 의해서 사용되었던 것이지만, 보다 일반적으로는 50년대 민족학적 사고로부터 출현된 것이다. 문화 접변은 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이에 대한 연구는 특히 미국에서 많이 행해졌다(빌즈 A. R. Beals, 포스터 G. M. Foster, 린턴 R. Linton, 레드필드 R. Redfield, 텍스 S. Tax 등). 이들 중 많은 사람이 특히 미 대륙 인디언에 관한 많은 연구물을 남겼다. 대평원 인디언, 캐나다 인디언, 라틴 아메리카 고원 지대 인디언, ‘혼혈’ 인디언 등에 대한 연구가 행해졌다. 이러한 민족학적 개념을 통해서 서구 사회는 식민지 통치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 반성적 시각을 보였고 여러 문화를 관찰하게 되었고 동시에 문화 변동 현상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문화 접변이라는 이 특별한 사례에 대한 많은 연구는, 인류학이 관심의 초점을 두고 있었던 문화 변동 과정에 대한 최적의 접근 방법으로 진전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이 개념은 왓첼(N. Wachtel 1971/1974)이 지적한 대로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문화 접변 상황은 여러 형태로 나뉘어 나타난다. 즉 ‘통합’(intégration), ‘동화’(assimilation), ‘융합’(syncrétisme), ‘분리’(disjonction) 등이 그것이다(상게서 ibid 1974). 게다가 왓첼은 “보편적 가치를 가진 일반적 법규 중, 그 어떤 것도 중심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이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유형론 typologie 자체는 난처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 점과 관련하여 동양 학자이자 회교도인 코빈 H. Corbin은 ‘융합’ 개념의 ‘미약함’과 외래적인 것이든 아니든 간에 다양한 여러 문화가 가진 준거를 인지해야 한다는 점을 매우 강조한다. ‘분리’ 개념도 마찬가지로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문화적 가치들 간 갈등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인데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갈등 자체가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기원이 된다. 이런 상황의 예로 프랑스에 거주하는 마그레브 이주민 자녀들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포르투갈인들 등을 둘 수 있다. 문화 접변은 암암리에 외부로부터 결정적 영향을 받아 문화적 변화의 와중에서 발생한다고 첫머리에 인용했는데 이에 영감을 얻은 연구들이, 때로는 아주 역설적으로, 연구 자체의 성과물에 미치는 지배 관계를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한 개인이 단지 그가 의무교육을 통해 프랑스어를 몇 마디 할 수 있다고 해서 ‘문화 접변이 이루어졌다고(acculturé)’한다면 이런 것으로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
문화 차별성을 담는 데는 역부족
여기서 중요한 건 지배적 상황이든 또는 하찮은 외적 영향이든, 헐스코비츠 Hers- kovits(1967) 자신도 인정한 바와 같이 관련 연구에서 변동이 심한 차별성 spécificité (특수성)을 담는 데 실패했음을 기술하고 있다. 유럽인이 18세기부터 ‘발견’하기 시작한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 사회는 철기를 사용하는 도구를 받아들였지만 몇몇 멜라네시아 문화권은 상당히 오랫동안 철기로 바꾸는 것을 거부하였다(바레 Baré 1985, 본메종 Bonnemaison 1986, 올리버 Oliver 1974). 이와 마찬가지로 프로테스탄트적 가치나 모델이 폴리네시아 권력 구조에 의해 내재화되고 조작된 반면, 엄밀히 말해서 식민지 지배가 이루어지기 수십 년 전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던 현 잠비아 로지 Lozi 군주국에서는 같은 시기에 같은 가치와 모델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었다(프린스 Prins 1980).
이 개념 적용이 힘든 이유
문화 접변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이 용어가 한편으로는 의미론적 sémantique 측면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론적 가설 hypothèse의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문화 접변에 대한 연구는 은연중 서로 접하게 된 두 세계 중 한 세계의 관점, 즉 ‘근원 source’이 되는 문화적 관점이나 아니면 ‘표적 cible’이 되는 문화적 관점에서 그 변화를 서로 해독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두 문화나 또는 여러 문화 사이에 발생하는 의사소통 형식에 우리가 여기서 사용하는 용어를 논리적으로 적용시킬 수는 없다. 모든 문화 접변은 역시 상호 호혜적 투사의 상황에 놓기기도 하고 ‘외부적인 externes’ 차이를 다르게 지각함으로써 서로 접해 있는 사회에서 행위자 총체에 의해, 또한 그것을 다르게 조직하고 다양하게 정의하는 개념적 범주에 따라 같은 범주를 다르게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은 결국 ‘근원적’ 문화 체계의 어떤 요소도 - 그것이 차용된 것이든 또는 강요된 것이든 간에 - 다른 문화에 한번 전달되면 동일한 것으로 재생산되지 않음을 뜻한다. 헐스코비츠 Herskovits는 보다 세분화된 용어들까지 고려해 넣으려고 했으며, ‘문화 전파 trans-culturation’나 ‘신(신)문화화 néoculturation’라는 말을 차용하기도 했다(1967). 카리브(Caraïbes) 크레올에서의 흥정이 메시아니즘 mes- sianismes (멜라네시아 식으로 ‘화물 숭배 cultes du cargo’)으로 바뀌는 것과 같이, ‘근원’이 되는 문화가 ‘표적’이 되는 문화에 의해 변형되는 것과 같은 특수한 상황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근원이 되는 언어 langue-source가 외부로부터 들어온 상이한 형태의 언어 관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인, ‘크레올화(créolisation - 역주 - 크레올은 북미-라틴아메리카-서인도제도 등에서 태어난 프랑스인, 에스파냐인을 가리키고, 이 뜻이 확대되어 이들과 신대륙의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향을 말함)’라는 말에서 유래한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쇼당송 Chaudenson 1979).
용어의 취약점
문화 접변이라는 용어가 언급하는 고전적 정의에서 본 마지막 취약점은 그것이 또 다른 형태의 문화주의적 영감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전파되고 차용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문화적 특질 trait culturel/cultural feature’과 같이 이 용어는 부적합하고 불충분한 개념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흩어진 문화적 특질을 통합하여 문화를 농축시키려는 이런 접근 방식은 연계시키려 하는 모든 체계적 배열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게 하고, 종속적인 것이든 또는 지배적인 것이든 문화가 변동되는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부분적 또는 전체적 특징을 규정하지 못하게 한다. 모든 문화가 어떤 체계를 구성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그 모든 문화 접변 과정도 역사와 관련하여 그 체계로 자리를 잡는다는 점이다(오제 Augé 1975, 살린스 Sahlins 1981, 왓첼 Wachtel 1971) 문화 접변은 가장 일상적 용어로서 특수한 현상을 규정한다기보다는 사회에서 구성되는 일반적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문화 변동을 의미하는 것이며, 어떤 문화적 총체도 ‘외부적인’ 영향과 동떨어져서 이루어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문화 접변이라는 개념은 중요한 측면을 구성하기는 하지만 역사-인류학적 연구 관점에서는 단지 부분적 사실만을 제시할 뿐이다. <집필 J. F. 바레(J. F. Baré)> ● [참고 문헌] 아피니테 AFFINITÉ → 연계(Alliance), 친족 체계 1 - 친족의 체계와 구조
참고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학문이 인류학인데 우리나라 인류학 전문 사전이 없다 사전을 만들다보면 학문의 체계가 저절로 잡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겨우 프랑스어판 인류학 사전이 번역이 되어 나왔다> <유럽에서 연구소란 결국 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사전이 없는 학문은 불가능하다 한국은 전문 사전이 없다 상당한 독서량이 없이 학문은 불가능하다. 금방 그 상상력과 학습 능력에서 바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학문하기 너무 안 좋은 나라다 나라가 하루도 난리가 아닌 날이 없다. 독일은 수도원에서 사는 것처럼 공부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병철이 한국출신으로 세계적 철학자가 된 것은 독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거기서 정말 공부다운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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