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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광주비엔날레] '국가관' 우여곡절 30년 역사 속 31곳으로 늘어나

覽準SEULSONG 2024. 11. 16. 15:54

2024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기관 전시' 등, 국가관 31곳으로

광주비엔날레 1부(본전시)에 이어 광주비엔날레 2부(국가관)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에서 초기 경제중진국으로 데뷔한 해라면, 1995년 광주비엔날레는 한국이 문화국으로 데뷔한 해이다. 그해 '세계무역기구(WTO)' 발족과 윈도우95 '출시로 세계화 정보화 시대로 들어섰다. 국내에서는 '광복 50주년', '미술의 해'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이 통과된 해이다.

광주, 한국미술 세계화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참관하는 백남준과 김홍희 당시 큐레이터 ⓒ 천호선

김영삼 대통령은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지역화합의 차원에서 광주의 상처를 문화예술로 치유하려 했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도 없진 않았다. 호남인사와 간담회에서 한 분이 김대통령에게 건의해 광주비엔날네 개최와 재정확보도 약속받았다.

그가 바로 한국 1세대 조각가 '김영중'이었다. 선진국이 되는데 문화예술이 토대가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먼저 예향 광주를 세계적 미술 도시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1992년 서울에 온 백남준을 만나 '광주비엔날레'를 도모했다.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서 황금사자상을 받아 명성이 높았다. '아칼레 보니토 올리바' 전 베니스비엔날레 위원장 등 미술계 명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한국미술을 세계화하는데 그가 적격이었다. 백남준도 민주성지인 광주에서 비엔날레가 열리는 걸 반겼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관객은 총 160만명, 하지만 이 생소한 행사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도 컸다. 때로 야유와 조롱과 질책이 쏟아졌다. 첫해부터 이후로도 계속 그랬다. 광주비엔날레 세계 순위 3-4위를 얻기까지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와중에 저명한 큐레이터 '엔위저'와 '지오니' 등이 거쳐 갔다. 올해는 'N. 부리오'가 왔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정보아트(INFOART)'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인포아트 전시를 준비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백남준과 '신시아 굿맨' 박사와 김홍희 당시 한국 측 큐레이터 ⓒ 천호선

첫 광주비엔날레 의미가 큰 것은 백남준의 '인포아트(INFO Art)' 특별전 때문이다. 지구촌 최초로 실험하는 21세기형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미디어아트였다. 백남준도 5·18로 희생된 고인들을 위한 '전자 고인돌'과 '전자 마차(통신, 운송, 무역)'를 출품했다. 그해 'DAUM' 창업자도 참관 후 큰 영감을 받았다.

첨단미술을 주도하는 작가들이 광주에 총집결했다. 이 특별전 큐레이터로는 미국 IBM미술관 관장을 지내고 당시 미디어아트 최고권위자 '신시아 굿맨' 박사가 초대됐다. 한국 측에서는 '김홍희' 전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이 맡았다.

수완 좋은 백남준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한국관'을 끝에 확보했다. 그리고 광주에 와서는 흥행꾼으로 기발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1984년부터 백남준 미국 조수였던 '폴 게린'이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백남준은 광주비엔날레 때 현금이 가득 든 초록색 가방을 들고 돌아다녔어요. 광주에 온 외국 작가들에게 돈을 나눠줬어요. 참 괴상하고 기막힌 퍼포먼스였지요"

백남준은 뉴욕으로 돌아가 광주에서 과로 때문인지 1996년 뇌졸중으로 쓰려졌다.

2024 광주비엔날레 '국가관(파빌리온)' 31곳

광주비엔날레 국가관 입구마다 설치된 안내 및 홍보용 설치문 ⓒ 김형순

이렇게 힘들게 출발한 광주비엔날레 30주년을 맞으면서 국가관이 확 늘어났다. 2018년 처음 생겼고, 2023년 7곳, 올해 31곳으로 확장했다. 이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는 "미술의 역할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 했는데 정말 외국에 가지 않고도 세계미술의 면모를 더 넓게 가까이 보게 되었다.

국가관에는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일본, 말레이시아, 미얀마, 네덜란드, 뉴질랜드, 페루, 필리핀, 폴란드, 카타르, 싱가포르, 스웨덴, 태국, 베트남 22개국이 참가했다.

그리고 기관으로는 스페인, 한-아세안센터와 아프리카, 유니온, CDA홀론(이스라엘), 국제교류재단과 (재)광주비엔날레 등도 참여했다. 기자들 3팀으로 나눴고, 난 B팀으로 8곳을 취재했다. 페루, 덴마크,아프리카 사진전은 빼고 여기서는 지면상 스페인, 오스트리아, 폴란드. 캐나다, 이탈리아만 소개한다.

'스페인국가관': 양림미술관

'마르티네즈(Ainhoa Martinez) 작가[왼쪽]'와 끓어오르는 모바일아트[오른쪽] ⓒ 김형순

먼저 스페인관을 가보자. 장소는 '양림동' 펭귄 마을 22동, 제목 '휴: 안방' 작가는 전시공간을 안방(휴식 공간)이라고 칭한다. 전시장을 마음의 처방소로 본다. 광주가 트라우마의 도시라는 걸 고려한 것이리라.

이번 주제에 어울리게 판소리를 듣고 영감을 받은 작품이 소개되었다. 둥근 원형에 물 같이 부글부글 끓는 게 있는데 거친 소리로 절규하는 듯한 판소리를 연상시킨다. 일종의 '노이즈아트'로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을 풍자한 것 같다.

이 작가의 이름 '아이노아 마르티네즈(A. Martinez) 그녀는 판소리를 모바일아트로 변형했다. 이 작가는 한국전통 매듭 디자인과 황홀한 색을 활용한 설치작품도 선보였다. 한국적 소재가 많다. 색으로 음의 높낮이를 맞추었다.

작가를 간단히 소개하면,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에서 학사, 홍익대에서 석사를 마쳤다. 미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중국, 한국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또 건축학 박사인 '이자스쿤 친치야' 작가도 같이 참여했다.

'오스트리아국가관': 이강하미술관

오스트리아국가관 제목은 '클럽 리에종(Club Liaison)' 퍼포머: 남혜지 ⓒ 김형순

이번에는 오스트리아국가관을 보자. 광주에는 처음 참가했다. 제목은 '클럽 리에종(Club Liaison)'이다. 카바레 언더그라운드 클럽풍의 설치와 사운드아트다.

오스트리아 예술감독인 '피오나 리베어(Fiona Liewehr)'가 기획, 오스트리아 작가 '리즐 라프(Liesl Raff)'가 천연 소재인 라텍스(latex)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프로이슐(K. Preuschl)'이 작곡한 사운드아트 공연도 있었다(위). 퍼포머로 한국의 '해파리', '남혜지'와 '알렉스 F. 젯하우스'와 팀 등도 참가했다.

전시가 '소리풍경(사운드스케이프)'이라 할까. 기괴하고 극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라프(Raff)' 작가의 공이 컸다. 엔터테인먼트를 실험적으로 도입해 미술의 경계를 넓히고 낡은 규범을 깨는 파격미를 보였다.

'폴란드국가관' : 이이남 스튜디오

'이이남스튜디오'(대형 갤러리 및 카페), 광주광역시 양림동 남구 제중로 47번길에 위치 ⓒ 김형순

이번에는 폴란드국가관을 보자. AI 기술 등을 활용한한 작품이 많다. 장소도 '이이남스튜디오'이라 그런지 돋보였다. 첨단기술 접목한 뉴미디어 풍경화다. 작가이기도 한 '야니츠키'가 큐레이터를 맡았다. 'P. 야시엘스키' 외 5명 작가가 초대되었다. 주제는 '정적 쾌락(Katastematic Pleasures)'였다. 이는 예술을 즐기라는 은유다.

이 주제는 '정보의 지배(인포크라시)'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사람을 탈진과 피곤으로 몰아간다고 비판하는 '한병철' 철학에 근거했다. 눈요기(스펙터클)에 지친 사람들에게 예술 역할이 진정한 기쁨을 주는 정적 쾌락과 몰입적 경험을 상기시켰다.

폴란드국가관 '프셰미스와프 야시엘스키(Przemysław Jasielski) '날 기억해줘' 2024 ⓒ 김형순

이번 대표작 'P. 야시엘스키'의  날 기억해 줘( (Remember me, 미래에서 과거를 기억하기)다. '루시도그래피'로 만든 베니스비엔날레 폴란드국가관 출품 용으로 기획된 대형 설치작품이다.  유압 시스템을 사용한 설치조각. 반투명 플라스틱 사이로 물이 흐른다. 신체에 비유하면 혈관이 피가 원활하게 통하는 것이다. 소통과 순환이 잘 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의 필요함을 알린다.

탱크, 펌프, 밸브, 스위치, 센서, 파이프 등이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사이클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검은 액체가 단계적으로 펌프질하면서 천천히 빈 파이프를 채운다. 큐레이터 '야니츠키'는 존 케이지가 모든 우주의 에너지로서 파동을 언급했는데 이 작품에 그런 요소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에 유동성과 순환성이 중요함을 시시한다. 기계와 로봇-사이보그의 혼종은 기계와 인간이 동업자임을 암시한다. 미래지향적 내일을 열어보인다. 백남준이 중시한 '기술의 인간화'라는 면도 읽을 수 있다.

'캐나다국가관': 양림미술관

'슈비나이 애슈나' 등 캐나다 '이누이트' 작가들이 그린 드로잉을 디지털로 랜더링한 벽화 ⓒ 김형순

이번에 캐나다 원주민 '이누이트' 예술을 소개하는 캐나다국가관, 제목이 '집 그리고 또 다른 장소들'이다. 색연필이나 볼펜로 주변의 자연과 동물을 드로잉한 것이다. 단순한 선과 색으로 그려서 그런지 동화 같다. '이누이트'는 폄하의 뜻이 담긴 '에스키모'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이누이트 예술가 6명과 한국작가 3명이 협업했다. 한국작가들 이들 그림을 디지털로 바꿔 벽에 붙였다. 한국작가들, 이누이트 작가들의 삶과 예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캐나다 '킨가이트'도 다녀왔다. 북극작가들은 사물에 '영'과 '혼'이 있다고 믿는다. 이 전시는 캐나다 토론토와 북극 원주민 지역에서도 전시 중이다.

'이탈리아국가관': 동곡미술관

'동곡미술관'에 열린 '이탈리아국가관' 전시장면 ⓒ 김형순

끝으로 이탈리아국가관을 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전'이다. 기획은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이었던 '정소익'이 맡았다.

이번 작가는 '레베카 모치아(R. Moccia)'이다. 개인 경쟁을 극대화하는 시대, 빚어지는 '외로움'이 주제다. 그녀는 <외로움의 지형학>이라는 책도 냈다. 각 나라를 다니면서 그녀가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국, 일본,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에 그 유형과 원인을 통계로 분석했다. 일종의 아카이브 전시다.

영국 정부는 2018년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하기도 했다. 작가도 이 문제를 개인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본다. 나라마다 죽음의 개념이 다르듯 외로움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이를 전반적으로 비교 탐구했다.

원래 인간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더라도 태어날 때 이미 죽음과 고독을 선고받는다. 이 두 가지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인류학적이고 다학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광주비엔날레 국가관 홈페이지 https://gwangjubiennalepavilion.org/2024

오스트리아 국가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cHm84ZUZG54